‘험난한 출근길’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취임 잡음 속 임기 시작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9.07 07:10 ㅣ 수정 : 2022.09.07 07:10

‘연금개악’ 노조 반발에 임명 닷새만에 출근
노조와 극적 합의..개혁 추진 영향 줄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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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의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연금개혁 방향 등에 우려를 제기한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면서 내정 닷새 만에 출근에 성공했다. 

 

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김태현 이사장은 6일 공단에 공식적으로 첫 출근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지난 1일 내정된 후 다음날 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에 첫 출근길에 나섰지만, 노조의 ‘출근길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예정됐던 취임식도 진행하지 못하고 공단을 통해 취임사만 언론에 공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지난 2일 공단 앞에서 김 신임 이사장 임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노조는 김 신임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가운데 이뤄진 졸속 임명인 데다 연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 ‘모피아’(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라며 취임을 반대했다. 

 

앞서 노조는 성명을 내고 “연금개혁 논의가 중요한 시기에 기재부 출신 복지부 차관이 제청한, (국민연금) 제도와 아무 연관성 없는 모피아 출신 인물을 이사장으로 무리하게 졸속 임명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의 출근은 노조가 저지 투쟁 중단으로 가능했다. 김 이사장과 노조 집행부는 출근 무산 이후 따로 만나 대화를 해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세한 (대화)내용은 잘 모른다”며 “다만 노조가 사적연금 확대나 기금 분리 운영 등과 같은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이에 대해 김 이사장인 충분히 듣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또한 “김 이사장과 대면하면서 우리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고 충분히 공감대를 이뤄 투쟁을 일시중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김 이사장에게 현 정부의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공단 노동자 처우개선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해 소통했다.

 

특히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확대, 기금 분리 운용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피력했다.

 

노조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원만한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행정고시 35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행정고시 32회)과 같은 기재부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외교통상부 서기관을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서비스국장, 자본시장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예보 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김 이사장은 1년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사의를 표하고 국민연금 이사장 공모에 지원해 임명됐다. 예보 입장에서는 수장이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면서 또다시 공석 상태를 맞이하게 돼 김 이사장의 처우를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임명 제청권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임에도 김 이사장 내정까지 인사 과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통상 6주 정도 걸리는 임명절차가 2주 만에 마무리됐다. 국민연금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금개혁은 김 이사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출근 불발 속 공개한 취임사에서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한 상생의 연금개혁을 지원해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내년까지 국민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도록 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여기에서 정부는 공적연금 개선안은 내년 하반기에 마련하되 기금운용 개선 방안 논의를 병행키로 하면서 사적연금 세액공제 납입 한도 상한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은 “사실상 공적연금은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겠다는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또 기금운용 개선 방안과 관련해 오랫동안 쟁점화됐던 기금운용의 공사화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노조의 반발 샀다.

 

이 같은 연금개혁 움직임에 맞물려 기재부 출신인 김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노조의 우려가 커졌다.

 

앞서 공적연금강화행동도 “기재부와 모피아는 제도와 기금의 분리 및 기재부 산하 기금공사 설립 등을 여러 번 시도해왔다”며 “이번 인사 역시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며 김 이사장 임명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도 공적연금 개혁과 관련해 노조 입장을 피력하고 개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장이 노조와의 원만한 협의에 성공해 출근에 성공했지만, 이번 소통을 기반으로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기금운용 공사화 같이 김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과제가 많고 정부의 연금개혁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의 앞으로 행보를) 우선 믿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김 이사장도 (대통령실로부터) 정치인보다는 더 전문가이니 잘 해보라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언질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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