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물운송 네트워크’의 강자 Convoy(미국)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매년 미국 방송사 CNBC는 전 세계 혁신기업 50개를 선정하는 「CNBC Disruptor 50」을 발표한다.
2022년 선정된 혁신기업 리스트에 10개 업체가 물류와 관련된 기업들이고, 이중 ‘디지털 화물운송 네트워크(Digital Freight Network)’ 업체가 2곳으로, 6위 콘보이(Convoy)와 18위 클라우드트럭스(CloudTrucks)가 순위에 랭크되어 있다.
(※타 물류기업들은 콜드체인, 풀필먼트, 패스트딜리버리, 드론배송 등 다양하다.)
이중 2015년에 설립된 Convoy는 ‘트럭판 우버’라고 불리는 회사로 금년 4월 3400억원(2억6천만달러)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해 4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마존 클라우드인 AWS가 제공하는 기계학습(ML: Machine Learning) 플랫폼인 SageMaker상에서 구현된 Convoy의 AI ML 알고리즘은 진짜 우버의 자회사인 ‘우버프레이트(Uber Freight)’보다 낫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 Convoy는 트럭의 남는 적재 공간 활용, 화주와 운송업체를 연결하다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굴지의 IT회사 출신이었던 Convoy 창업자 댄 루이스(Dan Lewis)와 그랜트 굿대일(Grant Goodale)은 ML과 오토메이션을 활용, 효율적인 운송 매칭 플랫폼을 제공하는 디지털 화물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당시 미국의 트럭 운송 시장은 전체 운송사의 무려 91% 이상이 6대 이하의 트럭을 운용하여 매우 영세화되어 있었고, 트럭 당 평균 공차(empty mile) 운송거리가 35~40%에 이를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
게다가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하여, 브로커가 일일이 운송사와 화주를 연결해주는 매뉴얼 매칭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디지털 화물운송 네트워크인 Convoy는 우버가 남는 차량을 활용했듯 트럭의 남는 적재 공간을 활용하였는데, 화주와 운송업체를 연결하는 앱으로 10~15%에 이르는 중개수수료를 취득하였다.
매뉴얼 중심의 운송시장을 기술이 접목된 산업으로 변환하기 위해 Convoy는 자금이 필요했고, 운송 시장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등 여러 엔젤 투자자 및 VC로부터 투자를 이끌어 내었다.
오히려 Convoy에 자극받은 우버는 2017년 5월에 트럭기사용 서비스인 ‘우버프레이트’를 출시하게 된다.
• Convoy는 운송사와 화주 모두에 ‘value’ 제공, ESG 가치추구에도 부합
일반적으로 장거리 트럭 운송에서는 차주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음 주문을 받을 때까지 장시간 대기하고, 주문 수령 후에는 공차 상태로 출발지로 이동하는 등의 비효율을 흔히 볼 수 있다.
Convoy의 자동배차 기능은 여러 화물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계, 트럭의 대기 시간과 공차 운송을 최소화함으로써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AI ML 기반의 매칭 알고리즘으로 구현되었다.
또한 이 자동배차 기능은 고객의 주문과 연계된 여러 주문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뒤, 이들 주문을 반영한 적정가격을 설정함으로써 화주 고객에게도 가격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시애틀에서 LA로 화물을 배송해야 하는 경우 이 앱은 시애틀로 돌아올 때 운송할 수 있는 화물도 알려주는데, 이렇게 줄어든 공차 비율은 Convoy가 추구하는 또 다른 ESG 가치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미국 내 기존 화물트럭의 공차 총량은 7200만톤의 탄소배출량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Convoy는 자사 디지털 화물 운송 네트워크 기술로 공차와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환경 영향에 민감한 수많은 기업들을 효율적으로 타겟팅하고 있다
정리하면 Convoy는 플랫폼 양단의 사용자인 운송사와 화주에게 각각 ‘value’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운송사에게는 운송루트 최적화를 통한 화물 적재율 및 수익 증대와 적재 대기 시간 감소이며, 화주에게는 운송루트 최적화를 통한 운송시간, 비용 및 탄소배출 감소라고 요약할 수 있다.
2019년 10월 Convoy는 'Convoy Connect'라는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출시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화주가 통합 서비스로 운송 정보/현황과 같은 리포팅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Convoy는 핀테크 관련해서도 연료 카드 및 빠른 지불과 같은 서비스로 차주에 대한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에 Convoy는 운송업체가 Convoy 트레일러를 미리 적재하고 따로 보관할 수 있는 드롭 앤 후크(Drop & Hook) 서비스를 출시하여 트럭 운전사가 보다 유연한 기간에 픽업할 수 있도록 했는데, CEO 댄 루이스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매진을 거듭하고 있어서 신규 조달된 자금의 일부는 Convoy가 전국적으로 임대한 현재 3천대 이상의 트레일러 확장에 사용될 것이라 한다.
• Convoy 플랫폼 오픈, 트럭 운전자들에게 더 많은 옵션 제공 기대
시장이 궁금해하는 기업공개와 관련해서 댄 루이스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하지만 이 옵션은 항상 열려있다.
지난 4월 시리즈 E(2억6천만달러) 자금조달을 통해 4조원 이상(38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는 2년 전 인정받았던 기업 가치인 3조원(27억5천만달러)과 비교해 볼 때 Convoy를 바라보는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디지털 화물운송 네트워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Convoy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사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는 CloudTrucks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화주와 운송업체 간의 디지털 통합 확대를 위해 1억 1500만달러의 시리즈 B 투자유치를 완료했으며, 금년 4월 초 SmartHop은 트럭 운전사가 주유소와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연료 카드와 같은 핀테크 제품 개선을 위해 3천만달러 자금유치를 완료하였다.
최근 CEO 댄 루이스의 화물운송 시장 생태계 관련 언급이 흥미로운데, Convoy는 업계의 다른 중개인이 Convoy 기술 플랫폼에서 중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Convoy의 디지털 네트워크 상에 있는 트럭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즉, 1만5천명의 중개인이 있는데 그들은 투자비용이나 기술 액세스 및 자체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노하우가 없으므로 자신들의 화물을 Convoy 시스템에 넣고 Convoy 플랫폼을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화물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네트워크는 더 강력해지고, 더 많은 옵션을 트럭 운전자들이 제공받게 된다는 ‘플랫폼’의 비전과 로드맵을 갖고 있는 Convoy의 넥스트 스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