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농심 신동원 호(號)의 꼼수...고(高)물가에 소비자 시름 깊은데 1년 만에 라면값 또 올려

김소희 기자 입력 : 2022.08.30 16:05 ㅣ 수정 : 2022.08.30 16:09

추석 이후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 오른다
농심 "국제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가격 급등하고 원가 부담 증가"
곡물가, 러-우크라 전쟁 전인 올해 초 수준으로 회복해 가격 인상 명분 안돼
내수에 쏠린 수익구조와 광고선전비 과다 지출하고 가격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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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사옥과 신동원 회장 [사진편집=김소희 기자]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1년 만에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심은 이번 가격 인상 이유로 원재료 값과 경영비용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곡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올해 초 수준으로 이미 회복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는 농심의 가격 인상 이유에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 농심 “원재료 급등해 제품가 인상” vs 업계 “곡물가 이미 회복”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러-우크라전(戰) 등 국제분쟁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해 원가 부담이 심화됐다”며 추석 이후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하지만 러-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곡물가격이 회복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가를 올린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증권은 지난 29일 소맥, 옥수수, 대두, 원당 등 4대 곡물가격이 러-우크라 전쟁 전인 올해 초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공급망 이슈가 완화되고 있고 실제 글로벌 곡물 재고율도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 중”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경기 상황과 달러 강세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할 때 곡물가격의 단기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곡물가격이 단 시일내 다시 급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곡물가격이 올해 초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그동안 원재료 가격 상승에 경영부담을 느끼는 업계가 다시 한시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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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후 4대 곡물가가 하향하고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 농심, 실적 부진 탈출 위해 판매가격 인상…소비자 부담 더욱 커질 듯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농심이 추석 이후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농심은 최근 암울한 2분기 경영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농심이 2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치욕을 맛봤기 때문이다.

 

농심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액 1조4925억원 가운데 라면 제품(1조1776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이른다. 이 기간 내수 라면 판매 부분(해외법인 매출 일부 포함)은 1조942억원으로 라면 전체 매출에 93%에 달한다. 결국 농심이 상반기 국내외에서 판매한 라면 가운데 93%가 국내에서 판매된 셈이다. 

 

농심은 라면과 내수에 쏠린 수익 구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농심은 올해 상반기 광고선전비로 390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영업이익(386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며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값이다. 

 

즉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을 마케팅에 쏟아 부었지만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을 때 이를 타계할 가장 쉬운 방법은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결국 적자의 늪에 빠진 농심은 그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에 반영되려면 3~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원재료 가격뿐만 아니라 경영비용도 상승해 부담이 가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농심, 제품 가격 올려 연간 매출 1780억원 증가할 듯

 

키움증권은 농심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간 매출액이 약 178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준 키음증권 연구원은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농심은 연간 매출액 178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3분기 가수요 영향을 고려해도 4분기부터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내년 2월부터 원재료 투입단가 안정화 효과도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비자단체는 농심의 가격 인상에 자성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농심이 그동안 원자재 가격 하락세 때 누렸던 영업상 혜택을 다시 떠올렸으면 한다"며 "러-우크라 전쟁에 따른 곡물가격 파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농심이 은근슬쩍 가격을 올리는 모습은 꼼수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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