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과제…강석훈 회장 취임 두 달째 공회전
산은, 24일 직원 대상 첫 현안 설명회 개최
강 회장 불참, 노조 “요식행위 그쳤다” 비판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KDB산업은행(산은)의 핵심 현안인 부산 이전 논의가 진전 없이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노조 등 내부 반발이 여전히 거세지만 아직 부산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4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안 설명회’를 열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후 경영진과 직원이 모두 참여한 내부 첫 공식 테이블인 만큼 핵심 현안이 본점의 부산 이전 논의 여부가 주된 관심사였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부산 이전 추진 시기에 대해 “(이전 명령을 내리면) 가능한 빨리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취임 후 첫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산은 부산 이전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강 회장이 자리하지 않았다. 부산 이전 문제도 산은의 공식 입장이나 구체적인 계획 대신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절차를 설명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관계자는 “현안 중 부산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많으니 일반적인 공공기관 이전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설명된 적이 없다 보니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회장이나 경영진이 설득하고 논의하는 차원의 자리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회의 중 하나로 지방 이전 문제만을 위한 자리도 아니었다”고 덧붙엿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이번 설명회가 사측의 ‘알맹이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노조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은행 내부에서 본점 이전과 관련해 직원들의 불안과 동요가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노조가 사측에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산업은행의 직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직원 76명이 이탈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탈이 산은 본점 부산 이전 추진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부산 이전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직원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 국정과제 중 하나다. 대선 당시부터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강조했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약 초기부터 산은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등 직원들은 이주 문제를 비롯해 산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인한 업무 비효율성을 이유로 줄곧 부산 이전 추진에 반대해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강 회장 취임 당시 부산 이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해왔다.
노조는 강 회장을 임명 당시부터 “산은 본점 지방 이전 임무를 받고 온 낙하산 회장”이라며 강하게 불신해왔다.
강 회장은 임명 후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2주 동안 취임식도 열지 못했다. 강 회장으로선 부산 이전 현안 해결과 이로 인해 발생한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부산 이전은 물론 산업계 구조조정 등 남은 현안을 풀어나갈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은 부산 이전 외에도 전임 회장이 매듭짓지 못한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매각, 자회사 KDB생명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강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소통’이었다. 강 회장은 취임 직후 부산 이전을 포함한 산업은행의 현안을 직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소통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강 회장 취임 두 달이 지났지만 소통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다.
내부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약속했던 소통 채널마저 제대로 구성되지 않으면서 내부 갈등 봉합 과제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특히 부산 이전 문제와 관련해 산은이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으면서 소통의 물꼬조차 트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본점의 부산 이전 방침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라며 “이번 설명회 또한 방침이 정해져 협의하거나 설득하는 자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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