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벼랑 끝' 이스타항공 임직원에 '안타깝다' 말 한마디만 툭 던진 정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경영 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창궐이라는 악재가 겹쳐 결국 운항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후 기적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힘입어 회생의 발판이 마련한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부터 국내선 우선 운항 재개를 목표로 기업회생절차, AOC(항공사운항증명) 재발급 등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을 다져 나갔다.
그런데 '불행 끝 행복 시작'인 줄만 알았던 이스타항공 앞길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토교통부(국토부) AOC 재발급 승인이 예상 시점을 벗어나 계속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연 배경을 살펴보니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말 제출한 회계자료와 올해 5월 금감원에 공시한 회계 자료의 금액 차이가 너무 크다며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결론을 내리고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AOC 재발급 과정은 사실상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국토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면호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임차 비용 등으로 매달 40억~5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또한 이르면 오는 9월 중 임직원 임금을 보조해온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끝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논란이 수사에서 기소로 이어진 후 재판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그 기간동안 소요될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이스타항공 운명은 지금껏 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회사도 회사지만 문제는 그동안 이스타항공을 지켜온 임직원들이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오는 9월 유급 휴업과 휴직에 들어간다. 휴직 중이던 나머지 직원의 복직과 정리해고자 재입사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 수백명과 협력사 사정을 고려해 수사와 AOC 발급 절차가 별개로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눈치다. 그러나 국토부는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면허가 유효해야 그 이후 AOC 등 후속절차가 성립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1시간여에 걸친 이스타항공 특별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임직원 피해에 정부 차원의 지원에 관한 질의에 “개개인을 보면 안타깝지만 명백한 불법이 의심되는 사례를 방치하거나 묵인할 수는 없다”고 답한 점도 정부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지난 2년간 항공기 날개가 묶인 채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내며 오직 재운항만을 학수고대해왔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임금과 수당을 반납해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태고 아르바이트로 가족 생계를 유지해온 그들에게 정부의 “안타깝다”는 한줄 말은 가혹하기만 하다.
한 기업 직원이기 전에 한 국가 국민인 그들의 울부짖음에 정부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치와 지원방안을 마땅히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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