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사태에 따른 천연가스 글로벌 수급 이슈 점검 (3)] 중국,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을 좌지우지
[기사요약]
중국, 천연가스 수입 세계 1위국으로 부상
중국은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을 좌지우지
현물 도입을 줄이고 장기계약 비중을 늘리는 데 주력
최근 1년 새 미국, 카타르 및 러시아와 장기계약 속속 체결
장기계약 비중의 제고는 미국의 경제제재 회피 목적
천연가스는 장기적으로 원전과 더불어 탄소중립을 위한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라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중기적으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장 야심찬 탄소중립의 도정을 선포하여 실천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에너지 시장의 민영화에 따른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천연가스 장기계약을 단기계약으로 대부분 전환함으로써 2020년 이후 코로나 글로벌 팬데믹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데 이어 이번 러시아-우크라 사태에 따른 영향이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와 중국 및 일본 역시 천연가스 의존도가 막대한 상황에서 유럽의 상황 및 대응에 이어 중국과 일본의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제시하는 시사점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11~2015년 기간 중 전세계 천연가스 무역은 성장세가 정체되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신규투자가 부진하게 되고 2011년 이후에는 신규 생산광구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천연가스 공급의 제한은 전세계 천연가스 무역량 정체를 초래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호주에서 잇달아 신규 광구들이 생산을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이른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의 출현으로 전세계 천연가스 공급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한편 중국이 2017년 이후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여 천연가스 수입을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전세계 천연가스 무역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2020년 코로나 글로벌 팬데믹으로 일시 무역 정체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2015~2021년 기간 중 연평균 7.6% 성장세를 보였다.
■ 중국,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입국 (2021)
• 중국, 2021년 천연가스 수입량 7927만톤으로 세계 1위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입 추이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전통적 1위 수입국가였으나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효율화에 주력함으로써 수입을 줄이고 있어 2015~2021년 기간 중 연평균 2.2% 감소하여 2015년의 8505만톤에서 2021년에는 7435만톤으로 축소되었다.
그동안 수입량 2위를 꾸준히 유지했던 우리나라는 2015년 3342만톤에서 연평균 5.8%의 증가세를 보여 2021년 4692만톤으로 급증하였지만 중국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순위가 밀렸다.
동아시아의 천연가스 주요 수입국인 대만의 경우는 2015년 1445만톤에서 2021년 1776만톤으로 늘어나 연평균 5.1%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중국은 2016년 천연가스 사용을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발표한 이후 2015~2021년 기간 중 연평균 25.8%의 매우 높은 수입 증가율을 유지하여 2017년에 우리나라를 추월하면서 수입량 2위를 기록한 후 2021년에는 일본보다 많은 수입량을 기록하여 천연가스 수입 1위 국가로 올라섰다.
• 중국은 천연가스 장기계약 비중 제고 추진 중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에서 차지하는 현물 비중은 약 39%이지만 2022년 이후의 장기계약으로 전환하면서 10년 내지 20년의 장기계약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에 체결한 장기계약은 총 23건에 물량은 2700만톤으로 모두 사상 최대 규모였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 및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 등 3개 국유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산하의 에너지기업이나 민간 도시가스 사업자 등이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주요 계약대상국은 미국, 카타르 및 러시아 등 3개국이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데 글로벌 패권경쟁의 대상인 미국과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0건, 1390만톤~1480만톤 범위의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계약대상인 미국 사업자가 벤처 글로벌이나 셰니에르(Cheniere) 같은 천연가스 신흥 기업들인데다가, 에너지 관계자들이 몇 년 전에는 실현이 곤란할 것으로 전망했던 프로젝트도 중국이 장기 인수를 확약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 중국의 천연가스 장기도입계약 내용 (2021년 1월~2022년 4월)
• 중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시장화 정책으로의 전환에 기인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천연가스 시장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서 2021년 3월의 「14차 5개년 계획(14.5규획)」에 의해 국가에너지국이 2022년 3월 발표한 「현대에너지 발전 14.5계획(에너지 14.5계획)」은 에너지 안전 보장과 저탄소화의 양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최근 동절기 가스 부족이나 전력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천연가스 공급망 강화와 함께 동절기 천연가스 확보를 충분히 하도록 국유 대기업에 지시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부담 하에 천연가스 기지를 보유하는 등 천연가스 수입·유통 분야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지방정부 산하 기업이나 민간 사업자가 현물 도입으로부터 장기계약으로 전환함으로써 천연가스 조달을 최적화하는 차원에서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미‧중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미국산 천연가스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양국간 천연가스 거래는 정체되었었다.
그러나 2020년 추가 관세가 면제되면서 신규 계약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미국과 중국간의 정치적인 관계가 악화해도 장기계약 하에서는 공급 중단이 곤란하므로 이렇듯 장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있는 배경에는 경제제재나 수출금지의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카타르, 러시아 등으로부터도 속속 도입 계약 체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의 도입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카타르와는 4건, 750만톤을, 러시아와는 5건, 576만톤을 계약했다.
카타르의 경우 2027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60% 늘어난 1억2600만톤으로 증가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신설 거대 플랜트에 대해 CNPC와 SINOPEC이 권리 취득을 위해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일본이 2021년 말 카타르로부터 25년에 걸쳐 인수해 온 500만톤 이상의 장기계약을 종료한 빈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 중국, 글로벌 천연가스 수급을 좌지우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킨 러시아-우크라 사태는 EU로 하여금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을 탈피하게 하였고 일본 천연가스 수입의 약 10%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사할린2 사업의 행방도 불투명하게 하였다.
반면 일본은 천연가스 소비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탈탄소 추진도 부가되어 대규모 장기계약을 할 여유가 없다. 따라서 가스생산국측이 요구하는 장기계약에 대응하는 여유가 있는 쪽은 중국과 석유 메이저에 한정되고 있다.
금년에는 중국 역시 주요 도시의 락다운 등 코로나 대책의 일환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장기계약 물량이 1억톤에 이르고 있어 언제까지나 이러한 페이스로 장기계약이 지속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향후 2030년 1억3000만톤, 2040년 1억6000만톤으로 급증할 것이 예상되므로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가 향후 국제 천연가스 수급을 좌우하게 될 것은 확실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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