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현대건설 '디에이치' vs. 삼성물산 '래미안' 간 '울산 대전' 승자는?
울산 중구 B04 구역, 공사비만 1조원 넘는 ‘대어급'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신기록 앞둔 현대건설은 총력전
신규수주 8172억원에 그친 삼성물산도 놓칠 수 없는 타깃
“업계 1,2위 자존심 대결은 물론 브랜드 가치 향방도 예측”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울산 재개발 최대 구역으로 꼽히는 중구 B04 구역에서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인 삼성물산(건설부문 대표이사 오세철 사장)과 현대건설(대표 윤영준 사장)이 벌이게 될 정면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 2일 울산 중구 B04(북정·교동)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에 앞선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이날 현장설명회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외에도 롯데건설, 아이에스동서, 동원개발 등 5곳이 참석했다. 이달 말 예정된 본 입찰을 통해 최종 시공사가 선정된다.
기존 시공사였다가 계약이 해지된 롯데건설이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며 재도전한다는 것도 관심사지만, 업계에선 울산 중구 B0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빅2'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꼽고 있다.
올해 신규 수주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물산이 어떻게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강자인 삼성물산을 제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 강수를 이미 던졌다.
앞서 B04구역 조합은 총회를 통해 기존 시공사인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데다가 시공사 측이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사용을 거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치' 적용을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조합측의 불만을 정조준한 전략이다.
교동 일대 구도심을 재개발해 총 4080가구를 짓게 되는 이 사업은, 예상 공사비만 1조원 이상, 총사업비 2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임대주택을 제외하고도 일반분양이 약 2800가구 가량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240%에 달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의 '공격 경영', 울산 대전 이기면 신기록 경신 가능 /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 부진 탈피 위해 절박한 상황
사업 규모가 크다보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대어’다.
현대건설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6조9544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기존 최고기록은 GS건설이 2015년 세운 8조100억 원이다. 1조556억 원을 추가 수주하면 현대건설이 신기록을 달성하는 것이다. 울산 중구 B04(북정·교동) 사업을 수주할 경우, 단박에 기록 경신이 가능해진다. 도시정비사업수주에 역점을 둬온 윤영준 사장의 '공격 경영' 전략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셈이다.
삼성물산도 이번 수주가 절실한 사정이 있다. 선별 수주 전략을 내세운 탓에 올해 도시정비사업 신규 누적 수주액이 8172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에도 못미친다. 출혈경쟁을 지양하는 ‘클린 수주’ 기조를 강조해온 만큼 본 입찰에 참여할지는 여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이번 대규모 사업 수주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삼성물산 측은 현장설명회 전부터 수주와 관련된 주요 직원들을 울산 현장에 파견해 재개발조합 등을 상대로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톡 메신저에 ‘울산중구 B-04 톡톡 래미안’ 채널을 개설해 브랜드 홍보에 집중했다. 이렇게 공을 들인 만큼 삼성물산도 ‘클린 수주’ 원칙에 얽매여 쉽게 입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롯데건설은 물론 경상 지역 기반으로 세를 다진 아이에스동서와 동원개발이 수주 경쟁에 뛰어든 것은 출혈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삼성물산 측은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만큼 수주에 의지가 있다는 것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삼성물산이 민간 재개발 사업에 이렇듯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가재울5구역 재개발 이후 12년 만이다.
■ 건설업계 관계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적용은 삼성물산 '래미안' 브랜드와 정면 승부 의미해"
이런 삼성물산에 맞서는 현대건설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일단 브랜드로 삼성물산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현대건설 측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은 대전과 광주에 이어 세 번째”라고 밝혔다.
울산 B04 구역은 입찰공고 이후부턴 시공사의 OS(홍보요원) 활동을 엄격히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종 시공사 선정에 따라 각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 우위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측에 따르면 그간 ‘디에이치’ 브랜드는 서울에서도 강남권이나 한강변 등에만 적용하는 등 철저히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했다. 이전 대전과 광주 역시 공사비가 1조원에 달하는 핵심 입지여서 여러 검토 끝에 지방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 범위를 6개 광역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이번 경쟁에서 ‘디에이치’를 적용하기로 한건 두 가지 의미로 보인다. 하나는 삼성물산 ‘래미안’ 브랜드와의 정면 승부고, 또 하나는 그만큼 이번 울산 B0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지역이 요충지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업 지역은 앞서 설명한대로 울산 도심에서 이뤄지는 알짜배기 대형 주택사업이기도 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요 거점이기도 해 미래가치도 뛰어나다. 이곳에 평균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에 맞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선호도가 높은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대전과 광주 모두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해 안정적으로 시공권을 확보한 만큼 자신감이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기도 하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 시공능력평가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 입장에선 9년간 1위 자리를 공고히 한 ‘절대 강자’ 삼성물산과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사비 갈등 등으로 경쟁 대신 수의계약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대형 사업지를 놓고 도급순위 1,2위 건설사가 정면대결을 펼쳐 업계에서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며 “향후 브랜드 선호도 및 브랜드 가치 향방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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