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출장? NTT의 상식 뒤엎는 근무혁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제1의 이동통신사 NTT DOCOMO로 유명한 NTT(Nippon Telegraph and Telephone Corporation)그룹이 기존 상식을 뒤엎는 근무방식을 정식으로 도입하며 일본 직장인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고 있다.
NTT의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종업원의 근무 장소가 원칙적으로 자택이 되며 사무실 출근조차 출장으로 취급된다. 꿈만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미 자회사를 포함한 일본 내 종업원 18만 명 중 3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매년 2만 명씩 대상자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종업원들의 거주지를 통근시간 2시간 이내 지역으로 제한했던 기존 규정을 폐지하면서 어디든 자유롭게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고 여러 가지 사유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종업원들을 위해서는 일본 전역에 260여개의 위성사무실을 마련하여 유연한 출퇴근과 근무환경을 보장하였다.
여기에 부득이하게 사무실 출근이 필요할 경우에는 상한 없는 교통비를 지급하여 비행기를 이용한 본사 출근도 가능하고 숙박비도 사측이 부담하게 바뀌었는데 말 그대로 사무실 출근도 출장으로 취급되어 이에 따른 경비를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
덕분에 일본 직장인들이라면 당연시 여겼던 전근도 없어지고 가족을 두고 홀로 타지에 부임해있던 직원들도 가족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심지어 복귀를 위한 이사비용도 NTT가 전액 부담한다.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원격으로 근무하는 방식은 야후 재팬이나 메루카리(メルカリ)와 같은 IT기업들 사이에서는 나름 보편화된 근무방식이지만 일본 내에만 18만 명, 해외까지 합치면 약 32만 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거느린 초 거대기업이 앞장서서 도입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에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드디어 일본 기업들도 시대의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아날로그적인 근무방식을 개혁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부터 ‘애초에 전국에 지점을 두고 있던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방식’, ‘재력도 없고 규모도 작은 우리 회사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라는 자조 섞인 의견 등이 오고가며 온라인상에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그 저변에는 부러움과 시샘이 자리 잡고 있음이 확실히 느껴졌다.
이번 NTT의 변화에 대해 가쿠슈인대학(学習院大學)의 모리시마 모토히로(守島 基博) 교수는 ‘다른 기업들도 따라할 수 있냐 물어본다면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260개 이상의 위성사무소를 마련한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코로나로 인해 원하든 원치 않든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무실의 지정좌석도 자택도 아닌 필요설비가 갖추어진 제 3의 장소에서 종업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향후 기업들의 명암을 가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원격근무에 따른 노무관리나 인사평가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는 만큼 이번 NTT의 사례가 어떠한 성과를 거두는지에 따라 일본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