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5곳, '新수익원' 탄소배출권 합세...활성화까진 '이른 감'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업계는 대내외 악재로 예상보다 심각한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이 신 수익원으로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리테일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장내 배출권 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장외에서 스스로 배출권을 발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거래함으로써 수익을 내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비교적 규제가 덜하고 시장 확장성이 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투자 주체가 검증되지 않아 새로운 먹거리 부상은 미지수란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정부 주도의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IB(투자은행) 등 수익다각화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하는 증권사들...NH투자·한투·KB·하나·SK·미래에셋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신청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071050), 하나증권, SK증권(001510),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5곳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부수업무의 보고·개시 일자가 가장 빠른 곳은 하나증권이고,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은 각각 4월과 7월에, 지난달 신청을 마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이달 1일부터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사업을 개시했다.
대형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향후 탄소배출권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시장을 주시하면서 ESG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다른 증권사들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탄소배출권 사업을 모색해 왔다가, 신고를 마치고 시장 진출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NH투자증권의 TF팀은 ‘2050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 성장이 필연적인 자발적 탄소 시장에 뛰어들고자, 농협금융지주 내 계열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거래 컨설팅과 수탁업무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탄소중립 관련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국내외 배출권 시장에 대한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면서, 배출권 금융상품 및 탄소중립(ESG)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제거 사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직접 개발하고 투자 및 중개 거래를 추진할 방침이다.
KB증권은 탄소배출권 분야 비즈니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FICC(채권·외환·상품)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했다.
KB증권은 기후리스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ESG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탄소중립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탄소·에너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뛰어든 만큼 탄소배출권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나증권은 ESG 채권발행 및 탄소배출권 관련 비즈니스, 신재생 에너지, 폐기물 분야 등 친환경에너지 산업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SK증권은 2021년 3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하는 탄소배출권을 획득했고, ESG 중요성을 인식 후 2017년 신재생에너지본부를 설립, 2021년엔 기후금융본부로 확대 재편했다.
SK증권은 지난해 4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경영 방침과 전문인력, 회사 비전 등을 인정받아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조성자 추가지정'에 지원해 시장조성자로 선정됐다.
■ 2030년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 500억 달러 전망...20개 증권사 참여 가능
정부가 2015년에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권 과부족 할당 업체가 잉여 또는 부족한 탄소배출권을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탄소배출량을 업체들이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장내시장은 탄소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고, 장외시장은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기관 등이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그동안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650개 기업과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 SK증권, 하나증권 등 5곳만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배출권 시장 확대를 위해 20개 증권사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장내시장뿐 아니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할당 배출권 시장 탄소배출권 자기매매 및 중개 영역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ESG 경영 강화 기조와 배출권 수요 증가에 따라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거래는 2015년 도입된 이후 해마다 증가세다. 2015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탄소배출은 124억 2097t으로 거래 대금은 13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거래대금은 3105억원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3억6000만 달러(지난 2020년 기준 전체 탄소시장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는 2030년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의 녹색금융 추진계획에 따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기업정보 및 투자정보, 다양한 통계 등을 통합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배출권을 편입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투자중개자의 역할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탄소배출권은 배출전망치(BAU) 기준으로 배출권을 나눠주게 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거래를 도와주는 배출권 전문 컨설팅 기업들이 있다”며 “문제는 이른바 블록트레이딩만 되고 수수료가 비싸니까 환경부가 거래소를 만든거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하지만 정부에서 가격 상승을 막아 팔고 싶은 사람은 없고 사고 싶은 사람만 있어서 거래가 잘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현재는 그것을 점차 푸는 추세라 시장이 다시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 다만 글로벌시장은 크더라도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서 자리잡기까지는 정부와 시장조성인인 증권사가 협력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