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03 15:55 ㅣ 수정 : 2022.08.03 18:06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238단 512Gb TLC 7월 개발 끝내고 내년 상반기 양산 업계 1위 삼성전자 입지 타격?…삼성 "1000단 V낸드 시대 준비 끝"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적층(積層) 한계를 200단이라고 여겼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불량률이 커지는 데다 제작 원가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수를 높이는 결정이 반드시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상을 깨고 SK하이닉스가 238단 4D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지금껏 세계 최고층 현존 세계 최고층(層) 낸드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 FMS) 2022’에서 238단 4D 낸드를 처음 선보였다. 원가, 성능,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는 게 SK하이닉스측 설명이다.
행사 기조연설에 나선 최정달 SK하이닉스 부사장(NAND개발담당)은 “SK하이닉스는 4D 낸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238단을 통해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기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계속 거듭하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38단은 단수가 높아진 것과 함께 세계 최소 크기로 생산돼 이전 세대인 176단과 비교해 생산성이 34% 향상됐다. 이전보다 단위 면적당 용량이 확대된 웨이퍼 1개 당 더 많은 개수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또한 238단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로 이전 세대보다 50% 향상됐다. 아울러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이 21% 감소해 전력소모 절감을 통해 ESG(환경· 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PC 저장장치 cSSD(client SSD)에 탑재되는 238단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이후 스마트폰용과 서버용 고용량 SSD 등으로 제품 활용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현재 512Gb보다 용량을 2배 늘린 1Tb 제품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지 1년 7개월 만에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냈다”며 “특히 이번 238단 낸드는 최고층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크기의 제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이번 낸드의 우수성을 이해하려면 낸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낸드는 한개 셀(Cell)에 몇 개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규격이 나뉜다. 정보 저장량이 증가할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4D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는 기술이 적용된다. 셀을 많이 쌓아 올리면 그만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많아진다. 그러나 셀 내부 전류 감소와 층간 비틀림, 상하 적층 정렬 불량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더 저렴한 비용으로 부작용 없는 고용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지 여부가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낸드 적층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높게 쌓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장비 개발이나 신물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적층 구조에 의한 제조 원가 감소와 기술 고도화에 의한 원가 증가라는 문제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빅데이터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데이터 저장량을 확대하기 위한 적층 기술은 반도체 기업에게 필수적이다.
실제 중국 반도체 기업 YMTC가 올해 안에 200단을 넘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최근 232단 낸드를 개발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확보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낸드 적층 기술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며 기업 간 적층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낸드 시장 1위 삼성전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적층기술은 삼성전자가 2013년 최초로 고안한 ‘초격차’ 기술이지만 128단에는 SK하이닉스가, 176단에는 마이크론이 우선 도달하며 삼성전자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기술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고객 요구를 고려해 적기에 제품을 선보일 준비가 돼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향후 '1000단 낸드 시대'를 이끌어 가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해 6월 기고문을 통해 “삼성전자는 이미 200단이 넘는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확보했다”며 “시장 상황과 고객사 요구에 따라 제품을 적기에 선보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이어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단 이상을 쌓고 10억개가 넘는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싱글스택 에칭’ 기술력을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1000단 이상을 바라보는 V낸드 시대에도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