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회장 "고객 선택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라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신 기술을 과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고객 선택을 받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라진다” – 2019년 신년사 中
구광모(44·사진)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올해로 4주년을 맞았다. 2018년 6월 LG그룹 수장으로 오른 구광모 회장이 보여 준 경영철할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고객가치(Customer value)’로 표현할 수 있다.
LG그룹은 1990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라는 경영이념을 선포했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뉴 LG'로 나아가기 위해 현시대에 어울리는 LG만의 고객가치를 재정립했다.
그는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가는 것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하고 취임 당시부터 해마다 발전되고 구체화된 방식으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다르게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와 같은 최일선 고객접점 현장을 직접 찾아 회사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한 그는 고객가치 관점에서 남다른 혁신을 이룬 구성원들이 주인공으로 빛나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등 고객가치를 위한 노력을 몸소 실천했다.
이는 고객가치가 LG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테슬라나 아마존 등 세계적 혁신기업에게 경영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고객가치 중요성을 깊게 깨닫고 실천에 옮기기까지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는 구 회장이 이끄는 뉴 LG의 ‘고객가치’ 경영은 어디까지 왔을까.
■ 신년사 핵심 키워드 ‘고객가치’…실천 메시지 지속 전파
구 회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발전되고 구체화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구성원들과 공유해 왔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출발점으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고객에 대한 세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고객감동을 완성해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가치 있는 고객경험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고객 불만 사항을 먼저 찾아 해결하고 고객이 LG에게 기대하는 바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한 숨겨진 욕구까지 찾아내 이전에 없었던 새 경험을 제공해 고객감동을 완성해 나가자는 경영철학을 제시한다.
특히 구 회장은 임직원 근무방식까지도 철저하게 고객관점으로 혁신해야 진정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 따라 그는 고객가치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 왔다.
이는 지난해 핵심사업에서 고객 여정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존 각 상품기획 조직 명칭을 ‘CX(Customer Experience, 고객가치 혁신조직)’로 바꾼 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돼 있다.
구 회장 지휘 하에 LG그룹 계열사들은 새롭게 정비한 고객가치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DX(디지털전환)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LG는 애자일(Agile·민첩한)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고객 기대를 넘어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빠르게 변하는 고객 수요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 회사 내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내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이나 사내벤처와 같은 새로운 도전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임직원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사장단워크숍에서 “사업 목적과 지향점도 고객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재무적 지표에 앞서 고객가치로 정작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혁신할지 훨씬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도 LG전자 CX를 찾아 “위치나 직무에 상관없이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고객경험 혁신에 기여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경영진들이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경영진은 물론 다양한 분야 구성원들이 최대한 많은 고객을 만나며 접점을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구 회장이 끌고 임직원이 밀어주는 LG ‘고객가치’ 경영
고객가치 경영에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는 구 회장의 일관된 행보는 구성원 인식도 바꿨다.
소속과 조직, 보직에 상관없이 ‘고객’을 이야기하는 임직원이 많아졌고 더 나아가 고객 관점에서 고민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가며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고객경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LG 혁신상 ‘LG 어워즈(Awards)’다. LG 어워즈는 한해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격려하고 전파하는 취지로 운영되는 행사다.
‘고객접점’, ‘시장선도’, ‘기반 프로세스’ 등 세 분야로 나눠 사전에 수상팀 수를 제한하지 않고 선발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시상 첫해인 2019년 27팀에서 올해 74팀으로 3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그룹 관계자는 “최일선 고객 접점에서 고객감동을 만든 서비스엔지니어와 상담사부터 제조 과정에 혁신 공법으로 고객가치를 실현한 구성원까지 직군에 관계없이 각자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고객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혁신적인 ‘고객가치’가 혁신 제품을 낳는다
‘가전은 LG’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LG는 가전제품만큼은 누구보다 최고라는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고객의 다양한 생활패턴을 분석해 드러나지 않는 고객 수요를 반영한 ‘신(新)가전’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정용 식물재배기 ‘틔운’이다. 틔운은 사업 초기에는 단순하게 상추 같은 먹거리를 키우는 식물재배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1년 동안 시장 조사를 거쳐 고객이 허브와 꽃을 키우고 싶은 수요를 파악한 LG는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을 내놨다. 이에 힘입어 ‘틔운 미니’는 예약 판매 엿새 만에 1000대가 완판할 만큼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고객 중심 사고와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 체계, 혁신을 독려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없었다면 시장에 빛을 보기 어려웠던 제품이었다는 게 LG측 설명이다.
틔운 외에 2019년 출시한 세계 최초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 2020년 유럽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IFA'에서 선 보인 ‘전자식 마스크’, 지난해 출시된 이동형 모니터 ‘LG 스탠바이미’에 이르기까지 LG는 이전에 없었던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고객 중심으로 바뀌고 여기에 조직 체계, DX 플랫폼, 조직 문화 변화가 더해지면서 이전에 없었던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