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7.29 05:55 ㅣ 수정 : 2022.08.12 14:10
세부 도착 날 숙소를 급하게 예약...밤새 온갖 소란으로 잠 못들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제한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분기에 한번 정도 따뜻한 해외 바다를 찾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며 편안한 휴식을 즐기던 필자로서는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이빙을 못한지 1년 반이 되어가던 지난해 6월 하순 경, 지인들과 같이 속초로 다이빙을 갔다. 그러나 열악한 수중시야와 무척 차가운 수온 때문에 다이빙은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에 가까웠고, 따뜻한 태평양 바다가 더 그리워질 뿐이었다. 다행히도 최근 뉴스를 보면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는 듯한 기사가 많이 보이는데, 빠른 시간내에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예전과 같이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따뜻하고 맑은 바다에서의 다이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지난 2019년 1월에 연재를 종료했던 ‘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한다. 2019년 한해의 다이빙 기록과 앞으로 하늘길이 열리면 하게 될 다이빙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이제까지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필리핀의 세부다. 필자의 첫 번째 해외 다이빙 장소가 세부였고, 그때 처음 이용했던 다이빙 리조트(한국인이 운영)가 인연이 되어서 자연스레 세부는 자주 갔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2년 전쯤의 어느 늦가을, 평소 가깝게 지내던 고등학교 1년 선배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요즘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관계로 가까운 해외에서 쉬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은데, 스쿠버다이빙을 겸해서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전화였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 이전이고, 기회만 있으면 해외로 다이빙을 가려고 했기에 그 선배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이 있느냐고 물으니 상당히 오래전에 자격증을 땄는데, 자격증 발급 단체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 확인해 보시라 하고, 대략적인 여행 시기와 장소를 정했다. 장소는 필리핀 세부, 시기는 12월 초로 잡았다.
다음날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자격증을 못찾겠다고 한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자격증을 발급한 단체가 없어졌단다. 이런...... 그래서 선배에게 이렇게 말했다. “필리핀 현지에 가서 자격증 교육을 받으시지요. 이틀이면 될 겁니다.” 그날 오후에 세부의 ‘다이빙 리조트’에 연락해서 예약을 하고, 항공권과 호텔도 예약했다.
며칠 후에 지인 한 명이 추가로 가게 되었다고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 지인도 다이버 자격증이 없다고 한다. “두 분이 같이 교육을 받으시지요.” (그 지인은 육군 예비역 장군으로서 필자와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필자는 그동안 세부로 다이빙을 갈 때는 비용 절감을 위하여 비교적 저렴한 (그러나 깔끔한) 호텔을 이용했다. 낮에는 다이빙을 하느라 호텔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호텔은 잠만 자면 된다) 굳이 비싼 호텔에 머무를 필요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배가 ‘계획에도 없던 세부에 가는 일정을 잡고 동행해서 고마우니, 우리 일행의 호텔비를 모두 계산하겠다’고 했고, 선배가 꽤 좋은 호텔로 예약을 했다. ‘감사합니다! ^^’
그런데 출국 며칠 전에 여행 일정을 최종 검토하는 과정에서 뭔가 빠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지? 다시 검토해본 결과 세부에 도착한 날 머무를 호텔을 예약하지 않은 것이다. 그것 참...
그래서 필자는 선배에게 급히 연락을 해서, 세부에 밤늦게 도착 후 다음 날 아침에 다이빙 리조트로 갈 때까지 머무를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는데, 몇 시간 동안만 자면 되니 평소에 필자가 이용하던 저렴한 호텔에 예약하겠다고 말했다. 선배도 동의했고, 필자는 그 호텔을 예약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 우리 일행(3명)은 세부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밤늦게 세부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다이빙 리조트에서 보낸 차량을 타고 ‘저렴한 호텔’로 향했다. 새벽 1시 정도에 호텔에 도착한 후, 호텔 로비에 앉아서 호텔 직원이 우리 일행의 방 배정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날 따라 직원의 일 처리가 서툴러 보이고 로비 분위기도 왠지 이상하다. 전에는 호텔 로비가 꽤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이날은 어딘지 모르게 어수선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잠시 후 방 배정을 받은 우리는 각자 방에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방음이 잘 안되는 건물이었나 보다. 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서 몰랐다). 내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고 이내 잠이 깼다. 잠시 후면 그치겠지 했지만 요란한 비바람 소리와 함께 한참 동안 비가 더 내린다.
비가 그치고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호텔의 어느 방에선가 술을 마시면서 떠드는지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온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러나? 그리고 잠시 후에는 어디선가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오토바이 폭주족인가?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이 지속되었다. 그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일 다이빙을 위해서 몇 시간 동안이라도 푹 자야 하는데... 오토바이 소음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시 후, 새벽종 소리가 울린다. 근처에 교회(또는 성당?)가 있는가 보다. 이어서 새벽을 알리는 동네의 닭들이 울기 시작한다. 개도 짖기 시작하고. 이런 세상에...
이 정도 상황이라면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한 필자는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서 방에서 나왔다(작고 저렴한 호텔이지만 간단한 조식은 제공되었다). 같이 간 선배와 지인은 제발 그날만이라도 갑자기 귀가 어두워져서 시끄러운 소음을 듣지 못하고 숙면을 취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호텔 복도에서 만난 선배와 지인은 필자를 보면서 “혹시 밤새 시끄러운 소리 들었어?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잤네...”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너무 미안했다. 필자가 추천해서 간 호텔인데...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