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하형일 호(號), 직매입 강화전략으로 승부수 띄워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가 ‘쿠팡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화는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처럼 상품을 직매입해 빠른 시간 배송하는 '슈팅배송'과 유료 멤버십 회원에 한해 '무료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뜻한다.
11번가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직매입을 대폭 축소하는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데 11번가가 쿠팡과 비슷한 서비스 등 사업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슈팅배송 탭을 새롭게 오픈했다.
슈팅배송은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그 다음날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슈팅배송 탭에는 매일 새 상품을 할인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데일리 특가’와 11번가 MD(상품기획자)가 추천하는 상품, 각 브랜드와 카테고리별 인기 상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슈팅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직매입으로 확보했다. 또 올해 새롭게 확보한 대전, 인천 물류센터와 판매자 물류센터를 활용해 슈팅배송 가능 상품과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또한 SK텔레콤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 가입자는 슈팅배송 상품을 구매할 때 무료반품 혜택을 받는다.
이 같은 서비스는 쿠팡의 로켓와우와 유사하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배송, 무료반품, 해외직구 무료배송,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쿠팡플레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11번가는 2016~2017년 생활용품과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다가 2017년 직매입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11번가는 수익성 개선을 직매입 사업 축소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면 11번가가 2년만에 갑자기 쿠팡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오는 2023년 9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외형을 본격적으로 키우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받으며 5년 내에 IPO를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IPO를 앞두고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11번가는 4월부터 IPO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주관사 선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상 주관사 선정부터 최종 상장까지 1~2년이 걸린다. 주관사 선정이 늦어지면 최종 상장 또한 늦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IPO를 앞두고 외형 성장, 수익성 개선 등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11번가는 슈팅배송과 무료반품 서비스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매입은 물류센터에 재고를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직매입 상품이 모두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외형 키우기에 효과적이다.
유료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되는 무료반품 서비스 역시 고객 수요를 충족시켜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있어 효과적인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엄청난 적자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처럼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실적이 상장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업가치가 인정된다면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