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재용 사면, 다시 경제 살리는 '족쇄' 돼야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삼성전자 주식 들고 계시나요? 요즘 주식계좌 보기가 민망스럽네요”
“대한민국 사실 삼성 빼면 뭐 있나 대통령때 수행때마다 옆에 늘 삼성 총수가 있었는데 전쟁 통에, 물가 난리 통에 이재용 사면 안 시키면 답 없는 거 아닌가?”
<투자 모임 SNS 덧글 중>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최근 언론은 물론 SNS 게시판, 만나는 사람들마다 거론되니 마치 ‘이재용 사면’은 하나로 묶인 경제용어 같다.
또 하나, 물가와 빚 얘기다.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를 사는 우리의 경제 주체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물론 우리나라 곳간 사정(국가채무 1018조8천억원)도 그리 좋지는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긴축 등은 나라 곳간마저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고 있어서다.
앞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외형과 수익성 모두 쪼그라들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이들은 낭패를 봤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고(18일 기준)는 17조9193억원이다. 사실상 빚을 내 투자하는 건 마치 시한폭탄을 들고 전투에 나서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투자원금이 위협받는 수준까지 이르면 공포 심리가 발현돼 신용거래를 청산하려는 투매가 발생한다. 결국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시장 전체 불안심리가 커져 악순환으로 번지고, 결국 가계 부채가 늘면서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경기 침체 탓에 증시가 올 내내 부진하다. 지난해 6월 3,300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장중 2,300선이 무너졌다.
개미들은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에 ‘울상이다가 웃음꽃이 피었다’가 하고 심장을 ‘들었다가 놨다가’도 한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못 오르는 거냐, 안 오르는 거냐”며 고개를 젓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오르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연말(7만8399원) 대비해서는 20% 넘게 빠졌다 지난 1월 11일 장 중 한때 9만6800원까지 치솟으며 ‘9만 전자' 찍고 '10만 전자' 기대감에 심쿵했을 정도다.
'이재용 사면론'은 이런 주가 하락처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율 문제, GOS 사태 등 삼성전자가 위기 때마다 거론됐다.
재계는 기업인 사면 여부에 주목한다. 재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경영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특별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경영 공백으로 수많은 1·2·3차 협력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도 이 부회장 사면으로 기울고 있다. 사면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하는 데 이런 이유로 이 부회장 사면 여론 형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사면이라는 선물을 받는다고 단순히 개인의 자유와 족쇄를 풀었다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외 반도체 시장은 이미 인수·합병(M&A)의 격전지로 바뀐지 오래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그렇고, 인텔의 타워세미컨덕터 인수 등 경쟁사들은 이미 M&A의 첫 삽을 뜨고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 나아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 사면이 이후 M&A에 가시적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에 이어 이달 말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 관측이 돌고 있고, 한국은행도 올해만 네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순유출 지속도 우려된다. 경기는 침체 국면으로 흐를 것이고 내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상황하에 국민은 이 부회장에게 묻고 싶은 게 많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한 국가의 '안보'가 된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전쟁 속에 '삼성 위기론'이 실체를 드러낸 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은 뼈아픈 현실을 넘어야 한다.
삼성의 경쟁력 약화는 우리 경제에도 위기감을 불러 올 수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도태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절박함은 다시 총수인 이 부회장을 국민적 사면 여론 형성과 함께 경제 최전선으로 소환했다는 점을 삼성 관계자들은 물론 경제 주체 모두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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