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號 산은, 대우조선 사태 역할론에 ‘난감’…"직접 개입 어려워"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7.20 07:14 ㅣ 수정 : 2022.07.20 09:27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 대주주 산은 역할론 급부상
산은 “협상 당사자 아니라 개입 어려워, 입장 내기 곤란”
사태 악화 시 정상화 작업 난항‧책임론 불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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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 [사진편집=김영주]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강석훈 신임 회장(사진)이 이끄는 산업은행의 역할론도 커지고 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정상화 작업 책임 기관으로서 노동계와 정치권이 사태 해결에 나서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지만, 협상 당사자가 아닌 만큼 직접 개입이 어렵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파업 사태가 악화될 경우 산은의 구조조정 과제도 차질을 빚어 강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는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정치권‧노동계, "산은이 나서달라" 요구 

 

노조는 약 2년 동안 하청업체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우조선과 대주주인 산은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을 해결할 주체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라며 “산업은행이 책임지고 대우조선이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정치권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산은이 나설 것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찾아 단식 농성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만난 뒤 산업은행 부행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기 전에 산업구조조정 전반을 책임지는 제1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조선업 전반의 문제를 살필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이 전향적 태도로 사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파업 사태가 좀처럼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노동계와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전 출근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산업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 현안에 대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데 이어 대통령이 거듭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헬기를 타고 거제도를 방문,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연이은 정부의 압박에 노조는 강경 투쟁 예고로 맞대응하고 있다. 실제 정부가 공권력 투입할 경우 노동계와의 갈등은 최고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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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선소 독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등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산은 역할론 부담, “노사 협상 개입 어려워”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산업은행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업 사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커질수록 대우조선의 정상화 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 책임을 지고 있는 산업은행에 대우조선의 정상화 작업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55.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우조선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독립하는 과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산업은행 대주주 체제를 갖췄다.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왔다. 

 

이에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대상 중 가장 시급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앞서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작업을 벌였지만 EU(유럽연합)의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배구조를 재편할 만큼 의욕을 보였지만 글로벌 시장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좌절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성사 직전까지 갔던 매각작업이 수포로 돌아온 만큼 강 회장 취임 후 선행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산은은 컨설팅을 통해 대우조선 매각 관련 ‘플랜B’를 내놓고 강 회장 취임 시점에 맞춰 본격 가동할 예정이었다. 대우조선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상화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황이 악화될수록 대우조선 대주주이자 관리 책임 1선에 있는 산은과 강 회장을 향한 책임론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은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은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협상 당사자가 아닌 만큼 파업 사태와 관련해 직접 개입하기 어려워 현재는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해결과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태 해결에 나서라는 요구가 많지만 현재 정부도 나서고 있는 만큼 산은이 나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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