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무분규' 임단협 비결, 29년만의 국내생산공장 신설 합의
현대차 임금협상 첫 4년 연속 무파업 타결
200%경영성과급 및 현금 400만원에 '일자리 비전' 제시가 먹혀들어
기본급 9만8000원 4.3% 인상, 수당 포함하면 9년만에 인상폭 10만원 넘겨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임금인상과 전기차 일자리 신설을 골자로 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12일 마련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현대차 임협은 첫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역대급 기본급 인상 뿐만 아니라 국내 첫 전기차 공장 신설 및 신규 기술인력 채용 등과 같은 '일자리 비전'을 제공한 게 협상 성공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16차 교섭에서 기본급 9만8000원(4.3%,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경영성과급 200%+400만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재래시장상품권 25만원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에 의견을 모았다.
올해 기본급 인상 규모는 기본급 9만8000원에 수당 1만원을 합하면 사실상 10만8000원이다. 이는 2013년 10만7000원 인상 이후 처음으로 인상 폭이 10만원을 넘겼다.
특히 올해 교섭에선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 대응과 고용안정을 위한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이 합의서에 따라 현대차 국내 최초 전기차 생산 공장을 내년 착공해 2025년 완공·양산하고 국내 공장 생산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한다.
전기차 공장이 예정대로 2025년에 완공될 경우, 아산공장(1996년) 이후 29년 만에 국내 생산공장이 신설되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최대 규모 국내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며 "지난 5월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키로 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래 산업 전환에 따른 인력 감소에 대비해 생산·기술직도 신규 채용한다. 내년 상반기에 전동화, 제조기술 변화 등을 고려한 전문인력 중심 기술직을 새로 뽑는데, 채용 규모와 방식은 향후 정년퇴직 발생에 따른 필요 인원과 중장기 자동차 산업변화 감소 요인 등을 고려해 올해 11월 말까지 결정한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한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임금피크제 요구 등에 대해선 회사가 수용 불가 원칙을 이어갔다.
노조는 "조합원 자존심을 세운 합의안을 만들었다"며 "합의사항을 반드시 지키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올해 잠정합의를 파업 없이 마련해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갔다.
4년 연속 무분규는 현대차 노사 역사상 처음이다.
올해는 현 노조집행부가 '강성 중의 강성'으로 꼽히는 데다가 파업권까지 확보한 상태여서 무분규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특히, 안현호 노조지부장이 지난 5월 올해 교섭을 시작하면서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굵고 길게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사 관계를 어둡게 전망하는 시선이 많았다.
예상을 넘어 노사가 출혈 없이, 예년보다 이른 여름 휴가 전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투자와 고용 문제를 빠르게 정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집행부는 국내 공장 신설 등 고용 안정 문제를 중점적으로 요구해왔고, 회사 역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발표한 총 105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이어 국내 투자 계획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컸다.
이런 요구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회사는 공장 신설과 신규 인력 채용 등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제시하고, 노조가 고용 안정 방안 등으로 이 제안에 합의해 핵심 현안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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