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투협 회장 "인플레이션 악재 정면 돌파"..정부 위기 극복 노력도 지지
대체거래소, 올해 예비인가·법인설립 추진...금투협·7개 증권사 논의 마쳐
디폴트옵션 지난 12일 본격 가동... 300조원 육박 퇴직연금시장 지각변동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만만치 않아...편입시, 주식시장 긍정적 요소 될 것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주가 하락,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 3중고에 직면해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12일 하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일성이다.
나 회장은 최근 금융시장이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 증시는 고물가와 긴축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가 또다시 악재로 내려앉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 회장은 "새 정부의 규제 혁신 작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업계의 숙원 과제가 이번 기회에 이뤄지도록 정부 당국에 적극 건의하겠다"며 "선진적 시장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자본시장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경제 수장들이 거시경제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한 데 대해, 협회 차원에서 정부의 경제 위기 극복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나 회장은 이날 대체거래소(ATS) 설립 추진,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재시도,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중점으로 다뤘다.
이 외에도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진출 적극 지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율적 시장 건전화 달성 △자본시장을 통한 노후대비와 국민자산 형성에 기여 △펀드시장의 발전을 도모 등을 하반기 과제로 꼽았다.
■ 대체거래소, 올해 예비인가·법인설립 추진...금투협·7개 증권사 논의 마쳐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와 증권사들이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 설립을 본격화에 나서자, 한국거래소(KRX) 독점체제에서 벗어나 경쟁 구도로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가는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자본시장 인프라에 경쟁원리를 도입,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증시 거래량 감소 등의 환경 변화가 있으나, 대체거래소 설립이 유동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설립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시스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대안거래소'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주식을 거래하려면 무조건 한국거래소를 통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거래소의 선택지가 생기면서 거래시간 확대와 수수료 인하, 매매 범위 확대 등 투자자의 편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거래소 설립을 위해 7개 대형 증권사와 협회는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인가 준비와 법인 설립 등 여러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 예비 인가와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2024년 초 업무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에 대해 금투협과 7개 증권사가 대체거래소 지분 구조에 대한 논의를 마친 상태다. 7개 증권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나 회장은 ”국내 대체거래소는 현재 제도상 상장주식, 주권과 관련된 증권예탁증권(DR)으로만 거래 대상을 한정해 거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며 “이는 정책당국에서 시장 발전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잘 검토해 결정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 디폴트옵션 본격 가동...300조원 육박 퇴직연금시장 지각변동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퇴직연금 규모는 커졌어도 가입자가 관심이 없거나 전문성이 부족해 낮은 운용수익률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탓에,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발판 마련이 중요해진 터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어도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5.7%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은 15%를 상회한다.
그동안 대부분 직장인은 퇴직연금이 수익률보단 안정적으로 원금을 사수하는 데 방점을 두다 보니, 300조원에 육박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은행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연 1~2%의 낮은 수익률로 방치돼 왔다.
퇴직연금 적립금 일부가 국내 주식시장 등으로 꾸준히 흘러들어오면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에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과 가입자의 수익률 개선이 향후 증시 부양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 회장은 "디폴트옵션이 반영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상품 출시는 심의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월 이후가 될 것이다"며 ”이미 중개형ISA 가입 증가세는 확대됐고, ISA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건의와 주니어ISA도입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만만치 않아...편입 시, 주식시장 긍정적 요소 될 것
한국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재시도를 위해서는 우선 관찰국 리스트에 등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올해 외환거래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적극 개입하기로 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커졌으나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권이 힘을 합쳐 한국 주식시장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킨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4년 연속 실패했다. 문제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외환시간을 연장하고 역외 원화거래를 허용해야 하는데, 그간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 안정을 이유로 완전 개방을 반대해 왔다.
이러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정부는 최근 외환거래시간 연장과 해외기관 외환시장 참여허용 등 외환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장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기대하긴 힘들다.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길고 복잡한 도전 과정을 거쳐야 해서, 가장 빠르면 2025년 6월에나 가능하다. 우선 1년의 관찰 기간을 거쳐 내년 6월에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로 들어가야 한다. 후보군에 들어가면 2024년 6월 지수 편입이 발표되고, 그 이듬해 6월 편입이 이뤄진다.
MSCI 지수란 미국 모건스탠리 증권사가 투자정보 제공 차원에서 발표하는 증시 지수로, MSCI는 매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나 회장은 “정부의 신외환법 제정 작업에도 적극 동참하여 금융투자업계의 외환 비즈니스 확대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 BDC 도입, 투자업계도 물밑경쟁...하반기 국회통과 예상
일반 투자자도 비상장 벤처 기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BDC 도입이 임박해지자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는 공공과 기관의 자금을 중심으로 불균형적으로 성장해 왔다. 시장 규모는 날마다 커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는 각종 제약으로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는 BDC를 활용한 벤처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벤처캐피탈(VC)의 참여를 제약하는 물적요건과 이해상충방지체계, 대주주요건 등 인가요건에 대해 규제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맞춰 증권사들은 비상장기업 리서치를 강화하는 등 물밑에서 선점 경쟁 구도를 벌이고 있다. 특히 WM(자산관리), IB(투자은행) 부문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래 먹거리로 수익원을 낼 수 있다는 효과를 기대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가·설정·운용·회수의 전 단계에 걸쳐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장점을 융합하는 형태로 BDC를 설계한다.
자산의 60%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며 ETF(상장지수펀드)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서 일반 투자자가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개인투자자의 비상장기업 투자를 막는 가장 큰 제약은 투자 규모와 환금성이다. 벤처펀드는 출자자 수 49인 제한 규제를 받는다.
투자 라운드 규모가 큰 벤처기업은 인당 출자액 규모가 커져 기관투자자가 중심이 되지만,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은 위험도가 크고 투자금 회수에 긴 시간이 걸려 일반투자자가 참여하기 쉽지 않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VC 등에서 BDC를 준비하고 있으며, BDC 활성화를 위해선 관련 규제를 적절한 강도로 조절해야 한다
나 회장은 “BDC 도입은 새 정부의 4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인 민간 중심 역동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BDC 도입 법안은 하반기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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