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2.07.15 14:13 ㅣ 수정 : 2022.07.15 14:13
철학적인 혜안과 야전성이 풍부했던 동기생 황종수 소령은 좋은 인맥으로 중책을 수행...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때마침 사단으로 전입오게 된 동기생 황종수 소령(육사37기)은 11사단에서 중대장을 마치고 육군사관학교 교관요원으로 선발되어 후배를 가르치다가 야전으로 나오게 되었다.
헌데 중령 진급에 유력한 자리인 타 연대 작전과장엔 이미 모두 예정된 대기자들이 있었고 당시 공석이 된 양 대령 연대의 작전과장 자리도 유경험자를 원하기 때문에 보직을 받기가 몹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양 대령에게 동기생인 황 소령을 추천했으나 그는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경력이 문제이고 게다가 육사 교관을 수행하여 야전 경험도 부족하며, 특히 주특기가 작전직능이 아닌 기획직능이기 때문에 더 더욱 고민이라며 쉽게 대답을 안했다.
필자는 양 대령 연대를 찾아갔다. 그리고 필자의 사단 작전장교 시절에 목격했던 황 소령의 중대장 근무 시에 탁월했던 야전성을 설명했다.
당시 황 대위는 11사단 중대장으로 연대전술훈련 평가를 위해 연대의 최전방 중대로 100km가까운 행군을 하여 필자의 아파트 옆에 있던 공터에 주둔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침 퇴근하던 필자는 훈련에 참여한 병사에게 중대장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동기생인 황종수 대위라고 하여 아파트에서 커피를 타가지고 중대장 텐트를 찾았다.
텐트안에 있던 황 대위는 기습적인 방문에 놀람과 동시에 어쩔 줄 모르며 반가워했다. 그때 필자는 이미 중대장 근무도 마치고 사단 작전장교로 보직받아 숙달되어 가던 차이라 위탁교육을 받고 늦게 중대장직을 수행하는 동기생을 격려하겠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헌데 숙영지 편성을 보고 깜작 놀랐다. 필자가 중대장 시절에 편성했던 모습과는 몇단계 향상된 배치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는 훈련에 임해서 상대 연대와 공격, 방어 전투에서 창의적으로 대처하여 완승을 거둔 체험담을 이야기했다.
생도시절 철학을 전공했던 그답게 입담도 좋았지만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상황조치로 상대방은 허를 찔렸고 상급자로부터는 극찬을 받았다는 성공담도 늘어놓았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탁월하게 맹활약하는 동기생이 너무도 자랑스러웠고 필자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도 되었다.
다음날 새벽에 출근하다가 황 대위의 숙영지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 연대전술훈련 평가를 위해 이미 야간에 타지역으로 이동했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고 또한번 놀랐다. 전장정리를 철저히 하여 티끌만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역시 자랑스럽고 탁월한 동기생 황종수 대위였다.
■ 신임 작전과장이 경력과 야전 경험도 부족하며 특히 주특기도 기획직능이라 고민했던 우려는 기우(杞憂)
결국 양 대령은 황종수 소령을 연대 작전과장으로 받았고 황 소령은 보직 걱정을 하다가 오히려 좋은 기회를 포착하고 그의 잠재능력을 충분하게 발휘하며 탁월함을 인정받게 된다.
육군사관학교 교관 경험이 말해주듯 철학적 혜안에 따른 논리성에 야전성을 겸비한 황 소령은 각종 지휘관 회의나 전술토의에서 해당 연대안을 발표할 때마다 타 부대와 비교될 정도로 돋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연대장 근무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시하는 연대전술훈련 평가에 임해서 황 소령은 대박을 터뜨렸다.
사전 철저한 지형 정찰을 통해 판단한 지역을 이용, 전차를 동반한 특수임무부대가 기습적으로 임진강을 도섭하여 상대방의 지휘소를 급습하며 포위 격멸시키는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는 성과를 올렸다.
처음에 연대 작전과장 후임자를 선발할 때 경력이 문제이고 게다가 야전 경험도 부족하며 특히 주특기가 작전직능이 아닌 기획직능이기 때문에 더 더욱 고민이라던 양 대령의 우려는 기우(杞憂)로 끝났다. 반면에 황 소령은 양 대령과 좋은 인맥을 쌓게 되었다.
■ 황종수 장군, 좋은 인맥으로 이어져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육군발전에 큰 족적 남겨
앞서 언급한 대로 인맥은 처음부터 혈연 및 지연이나 학연보다도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훗날 연대장을 성공적으로 마친 양 대령이 육군본부의 중요보직인 무기체계과장 근무시에 대대장을 끝낸 황종수 중령도 발탁되어 함께 근무하게 됐다.
이후 철학적 혜안에 따른 논리성에 야전성을 겸비한 황 중령은 본인의 주특기 기획직능에 부합된 적재 적소의 무기체계 및 전력분야에서 견고한 자리를 구축하며 맹활약을 하였다. 그는 대령도 필자보다 먼저 진급했고 양치규 장군의 뒤를 이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육군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또한 필자도 역대 작전보좌관 전임자들이자 같은 시기에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김봉환(육사34기), 신현돈(육사35기) 선배의 후배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필자의 후임자였던 김왕경(육사38기), 장혁(육사39기)들까지도 좋은 인맥으로 남았고 덕분에 모두 장군의 반열에 오르는 희열도 맛보았다.
무능과 유능 그리고 탁월하다는 평가 차이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좋은 인맥이고, 이렇게 형성된 인연은 앞길의 안내자이자 스승이며 멘토역할도 하게 된다. 따라서 혈연이나 지연 및 학연보다도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사에 최선을 다해 인정받아야 함을 또한번 느끼게 한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