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EU의회, 7월 6일 '원전과 천연가스'를 EU 녹색분류체계에서 배제하는 안건...과반 확보 실패 '부결'
[기사요약]
EU 의회 공동위원회, 6월 14일 원전 및 천연가스 배제 안건 의결
그러나 7월 6일 EU 의회 본회의에서는 동 안건 부결
당초의 EU 집행위 안으로 7월 12일 EU 이사회에서 통과될 듯
부대조건 때문에 향후 원전 전망이 밝다고만은 할 수 없어
그럼에도 원전은 국가주도 산업 성격이 농후한 점 감안할 필요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6월 14일 EU 의회의 경제‧통화위원회와 환경, 공중 보건 및 안전위원회 합동위원회 회의에서 당초 2월 EU 집행위가 제출한 EU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최종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여 아예 원전과 천연가스를 제외하자는 안건을 표결에 붙인 바 있다.
표결 결과 동 안건은 찬성 76, 반대 62 및 기권 4표로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7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EU의회 본회의에서 총 705표 중 과반수인 353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오지 않거나 EU 의회의 상원 격인 EU 이사회 27개국 중 20개국이 반대하지 않는 한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 합동위원회에서 통과된 원전 및 천연가스 배제안, EU 본회의에서 부결
그러나 예상과 달리 7월 6일 개최된 EU의회 본회의에서 동 안건은 부결되었다. 총 의석 할당 705표 중 투표에 참여한 639표 가운데 찬성은 278표에 그친 반면 반대가 328표에 이르러 기권 33표를 포함하여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부결된 것이다.
수정안에 대해 정당 및 그룹별로는 진보적인 사회민주그룹(S&D) 및 녹색유럽자유연대(Verts/ALE)에서 대부분 찬성한 반면 보수적인 유럽보수개혁그룹(ECR)은 전원 반대하고 중도우파‧자유보수주의 성향의 유럽인민당(PPE)과 자유주의 중도 성향의 유럽갱신그룹(Renew) 소속 의원 중 절대 다수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과를 위한 353표 가운데 75표가 부족해 부결된 것인데 사회민주그룹의 반대 및 기권 32석과 좌파의 반대 및 기권 2석을 포함하여 보수우파 그룹 소속 그룹의 일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원전과 천연가스를 원천 배제하는 수정안이 통과되었을 수도 있었다.
결국 7월 12일(한국 시간) EU 이사회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EU 녹색분류체계는 원전과 천연가스가 조건부로 포함된 2월 초의 EU 집행위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 7월 6일 EU의회에서 부결된 수정안의 정당 / 그룹별 찬성, 반대 및 기권 수
• 투자자그룹 및 일부 국가의 반발로 향후 원전 행로는 밝지만은 않을 듯
이러한 원전 및 천연가스 배제 안건의 부결에 대한 대부분의 국제 투자자그룹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197개 연금 펀드를 대표하는 네덜란드 연금펀드연맹(Pensioenfederatie)은 동 부결에 실망을 표시하면서 원전 및 천연가스 관련 과도기적 범주를 선호했음에도 이제 EU 녹색분류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논평하였다.
네덜란드 연금 자산 관리자 PGGM의 고위직 인사이자 ‘지속가능한 금융에 관한 EU 플랫폼(EU 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 소속 전문가는 자기들의 조언에 따르지 않았음에 대해 실망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더욱이 글로벌 환경NGO 그린피스는 원전 및 천연가스 포함 결정과 관련하여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선언했다.
어떤 국제 기관투자자는 녹색채권 펀드를 위해 천연가스와 원전을 회피하는 의미에서 EU 녹색분류체계를 무시할 것이라고 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정부는 6월 EU 녹색분류체계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였고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법적 대응을 선언하였다.
따라서 엄격한 조건이 전제된 것이기는 하지만 향후 원전에 대한 투자가 민간 차원에서 활발히 추진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원전의 국가주도 산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좌우될 듯
그러나 원전 관련 산업은 스마트폰, 자동차 등과 같이 철저히 시장에 기반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 등과 밀접히 연관된 국가(정부)주도 산업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 원전 분야는 선진권에서는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주도하는 국가가 거의 없으며 주로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7월 2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이후 건설된 신규 원자로 31개 가운데 27개가 러시아 또는 중국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 것임을 밝혔다.
독자적인 원전 기술 및 산업기반을 갖고 있는 프랑스는 대부분의 원전이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관계로 노후 원전 문제가 심각하여 개체 등에 따른 수요가 많을 것이지만 외국 수출이 활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반면 미국을 비롯하여 러시아 및 중국 등도 소형 원전인 SMR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원전의 원자로 1기 설비능력은 1기가 와트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이므로 부지 확보 등 여러 한계가 있지만 수십~수백 메가와트로 단위 설비 규모를 쪼갤 수 있는 SMR은 대규모 설비의 경직성을 넘어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미국의 원천기술과 우리의 생산 및 설치 경험을 결합한 해외 진출을 지향하여 SMR을 포함한 관련 기술개발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삭감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라도 원전의 역할은 일정 부분 불가피해 보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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