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계 갈라진 목소리, 블록체인협회 입지 ‘흔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국내 가상자산업계를 대변하던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최근 해산설이 제기되는 등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회와 정부에서 가상자산업권법(디지털자산법) 제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가상자산 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대관업무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영향력이 큰 거래소들이 저마다 단체를 설립, 각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해산설에 휘말렸다. 앞서 한 언론매체는 블록체인협회가 이사회를 열고 ‘협회 해산 총회’ 부의 안건을 상정, 해산안이 가결되면 총회를 열고 해산안을 최종 의결한다고 보도했다.
블록체인협회 정관에 따르면 협회가 해산되기 위해선 회원사 과반수가 참석한 총회에서 참석자의 4분의 3이 해산에 동의해야 한다.
또 해당 보도에는 이사회 이사진도 모두 사퇴할 예정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블록체인협회가 해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협회는 “사실과 다르다”며 곧바로 반박했다. 블록체인협회 윤성한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해산안을 의결하기 위해 이사회가 열리거나 총회가 열린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협회 해산을 논의하거나 이를 위한 이사회도 없다는 것이다. 또 이사진 사퇴설도 부인했다.
윤 사무총장은 “최근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가 만들어지면서 거기에 참여한 협회사가 앞으로 협회 내에서의 역할과 관계에 대해 논의가 진행된 것은 사실지만 협회 차원에서 이사 사퇴나 탈회, 해산 등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산설은 ‘사실무근’으로 일단락됐지만 향후 블록체인협회 행보에 대한 업계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산업이 급성장하던 지난 2018년 1월 블록체인협회는 국내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해온 단체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를 비롯해 총 50여 곳 이상 관련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사퇴설이 나왔던 이사진에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CEO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블록체인협회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추측은 협회 주축인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스트리미) 등 5대 거래소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시키면서 나왔다.
DAXA는 정부의 자율규제안 마련 요구에 국내 원화마켓을 제공하는 거래소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다. 이들은 DAXA를 통해 상장과 상장폐지, 위험종목 관리, 투자자 보호 등 가상자산 시장 현안에 대해 논의해 공통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사실상 이들 5대 거래소와 국회‧정부 간 대표적인 소통창구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 공통된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는 블록체인협회 뿐이었다. 설립 당시 블록체인협회는 블록체인‧가상자산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거래소의 서버다운이나 해킹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활동해 왔다. 이런 가운데 협회 주축이었던 원화마켓 대형 거래소가 독자노선을 걷기로 선택하면서 협회의 입지도 흔들리게 됐다.
DAXA는 설립 당시 “그동안 거래소들은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번 루나사태 이후 기존의 형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앞으로 5대 거래소는 비상사태 대응을 비롯한 공동행동이 필요할 경우 공동협의체를 중심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중소거래소들도 개별 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기존 협회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코인마켓 중심의 중소거래소들은 기존에도 협회가 대형 원화마켓 거래소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런 가운데 중소거래소들은 DAXA 설립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대형 거래소 중심의 독과점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며 반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낼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를 설립해 활동에 나섰다.
가상자산업계가 규모 및 특성별 분화되며 각자 목소리를 내게 되면서 기존에 이들을 아우르던 블록체인협회의 역할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블록체인협회는 분화된 단체 간 이견을 조율하는 중간자로서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개별 단체 간 의견 조율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와 함께 주요 회원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실무적으로 향후 협회 활동과 관련한 진로나 관계설정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