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는 무리수였을까···우리금융 ‘DLF 항소심’ 판결 촉각
DLF 징계 놓고 손태승-금감원 법정 다툼
1년 만 항소심 판결 임박에 금융권 ‘촉각’
내부통제 준수 대한 제재 근거 판단 쟁점
금감원 또 패소시 역풍..항소 여부 미지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임박했다. 향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 방향 및 수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판결인 만큼 금융권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재판부가 손 회장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다. 손 회장이 승소할 경우 금융감독원은 무리한 제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손 회장이 DLF 사태 관련 자신의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 낸 소송 항소심 판결을 오는 22일 내린다.
■ 채권금리 급락에 DLF 원금 손실···‘우리은행장 손태승’에 중징계
DLF는 환율과 금리 등의 가격 변동률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DLS) 투자 펀드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전 세계 채권 금리가 급락했을 당시 미국·독일·영국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 상품의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 상품은 약 4012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 판매 책임이 우리은행 경영진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기인했다고 보고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다.
총 5단계로 이뤄진 금융사 임원 제재 중 3단계인 문책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문책경고 이상을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금감원이 자신에게 내린 중징계가 부당하다고 보고 지난해 3월 금감원장을 상대로 취소 처분 소송에 나섰다. 반년 가까이 진행된 법정 다툼 끝에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손 회장 손을 들어줬는데, 이후 금감원은 곧바로 항소했다.
■ 1년 만에 나오는 항소심 판결···CEO 내부통제 책임 어디까지 인정하나
이번 항소심 판결의 최대 쟁점은 손 회장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다. DLF 불완전 판매로 원금 손실 사태를 야기한 우리은행의 잘못은 자명하지만, 중징계를 받을 만큼 손 회장의 책임이 크냐는 것이다.
금감원이 손 회장 중징계 처분 사유로 내놓은 건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체계 기준 미비 등 크게 5가지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이 중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에 대해서만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다. 나머지 4개 사유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으며 손 회장의 중징계 취소 판결까지 이어졌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금감원의 징계 근거가 합당한지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통제 규정 마련에서 나아가 이를 준수(운영)했는지, 준수가 미비했을 때 중징계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1심 재판부에선 현행법상 내부통제 ‘마련의 의무’가 아닌 ‘운영상의 문제’로 금융사 임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형식적으로만 내부통제 규정을 갖췄을 뿐 실효성이 없다는 금감원 주장과는 정반대 판단이다.
■ 금감원 또 패소하면 역풍 불가피···‘무리한 제재’ 도마 오를 듯
항소심 판결은 금감원 항소 이후 거의 1년 만에 나오는 만큼 금융권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감독 당국의 금융사 CEO 제재 적절성을 사법부가 판단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해진다. 이 판결이 금감원 제재 기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판결을 미리 예측하는 건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이번 판결에 관심이 큰 건 당국과 금융사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전례’가 만들어 질 수 있고, 이 전례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손 회장이 항소심까지 승소할 경우 금감원의 역풍도 불가피하다. 손 회장이 승소한다는 건 금감원 제재의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의미인데, 결국 금감원이 무리한 제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금감원이 패소한다고 해도 재항소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 1심 이후 항소한 건 정은보 전 원장 체재의 금감원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항소를 요구하면서 ‘압박’에 못 이긴 항소였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판결 이후 소송을 어떻게 전개할지는 이복현 현 금감원장 판단에 달렸다.
특히 손 회장과 함께 DLF 중징계 취소를 요구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당시 하나은행장) 소송건에 끼칠 영향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