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감축 놓고 한진 vs. 쿠팡 갈등의 골 깊어져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한진과 쿠팡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새벽 배송 서비스 업체 쿠팡이 최근 한진그룹 계열 종합물류 업체 한진과 계약한 위탁 물량을 일부 회수한 것에 대해 양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상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동안 한진에게 맡겼던 약 720만개 박스 중 300만개를 회수해 자체 소화하기로 했다.
그 결과 이천, 평택 등 일부지역 물량이 50% 감소했다. 서울 강동구, 경기, 울산 등 일부지역에는 ‘생존권 보장 촉구’를 주장하며 파업도 진행 중이다.
택배노조는 “쿠팡은 자신 물량을 회수하면서도 생수, 냉장고, 운동기구 등 택배기사들이 배송하기 힘든 품목이나 택배 규격에 맞지 않는 이형 화물은 회수하지 않고 남겨뒀다”며 “한진 노동자 생존권과 위협,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배송하는 물량만큼 수익을 얻는 구조다. 즉 물량 감소는 곧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쿠팡이 한진에게 맡겼던 물량을 감축한 이유는 뭘까. 한진은 쿠팡 측에서 물류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해 견해 차이가 생겼다는 입장이다.
노삼석 한진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발(發) 전자상거래 물량을 독점하고 있었다”며 “중국 광저우에 서비스를 완전히 정착시켰는데 쿠팡이 1년 만에 우리를 버리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쿠팡 요구 사항은 가격이었는데 계약 금액의 20% 이상 낮추지 않으면 계약 연장을 못 해주겠다고 했다”며 “쿠팡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공영홈쇼핑, 아모레퍼시픽 등 다른 회사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쿠팡도 직접 배송하고 있고 기존 유통기업도 직접 배송을 하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에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전략을 계속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진은 아직 400만개 쿠팡 물류를 배달하고 있으며 오는 2023년 5월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쿠팡이 물류를 감축한 이유가 단가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쿠팡 측 입장은 달랐다.
쿠팡 관계자는 “계약 금액의 20%를 내려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지난 1년간 세 차례에 걸쳐 한진 측에 지급 단가를 인상했다”고 전면 반박했다.
그는 또 “기자간담회를 통해 타사와의 계약 조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도 매우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