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파티부터 메타버스까지’…가전업계에 '체험형 마케팅' 열풍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유명인이 출연해 “이 가전제품 좋으니까 구매하세요”라고 말하는 TV 광고만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이제 구매 전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사용해 본 후에야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비 패턴 변화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점점 잦아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가전업계도 체험형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나 특화 매장이 등장하고 소비자들을 한데 모아 파티 형식의 차별화된 체험형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가상과 현실을 잇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를 활용해 제품 체험에서 구매까지 가능한 가상 매장 VR(가상현실) 매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체험형 스토어에서 팬파티까지...
체험형 마케팅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LG전자’다,
올레드 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금성오락실’과 LG 씽큐 앱과 방탈출 게임 콘텐츠를 접목한 ‘방탈출 카페’ 등 다양한 체험형 공간을 연 LG전자는 주방가전에도 이 같은 마케팅을 접목시켰다.
LG전자는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3일까지 성수동 ‘잭슨카멜레온’ 쇼룸 1층에 프리미엄 주방 가전제품을 포함한 새로운 주방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어나더키친(Another Kitchen)’을 선보였다.
이곳에는 LG전자 프리미엄 주방가전인 얼음정수기냉장고, 인덕션, 광파오븐, 식기세척기, 정수기 등이 등장해 방문객들에게 ‘LG 틔운’으로 기른 메리골드를 우려낸 향긋한 꽃차 만들기와 ‘광파오븐’을 활용한 쿠키 만들기, ‘LG 스탠바이미’를 활용한 미디어 전시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했다.
특히 매일 저녁 한 팀을 초대해 어나더키친에 구비된 인덕션과 광파오븐 등을 활용해 지인들과 직접 요리를 만들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SK매직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소비자 브랜드 체험공간 ‘잇츠매직’을 운영 중이다. 신제품 체험과 더불어 가전 기업에 걸맞게 쿠킹 클래스, 쿡톡, 요리가 있는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펼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옐로우 바스켓’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비데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쇼룸을 선보여 소비자 눈길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전제품 최초의 대규모 팬 판티를 열었다. ‘비스포크(BESPOKE)’ 출시 3주년을 기념해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스포크 팬파티’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호텔 라운지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속에서 의류케어 가전과 에어케어 가전을 체험할 수 있는 ‘비스포크 라운지’ △휴양지 느낌으로 꾸민 공간에서 무알코올 칵테일과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냉장고와 신개념 조리기기 큐커를 체험할 수 있는 ‘비스포크 바’와 ‘비스포크 큐커 바’ △슈퍼 프리미엄 가전으로 호평받고 있는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전시장이 마련됐다.
■ 가상공간 속 체험 마케팅도 인기 누려
AR(증강현실), VR, MR(혼합현실), XR(확장현실) 등 현실과 가상세계를 섞어 놓은 메타버스도 가전 기업의 체험형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위니아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에 ‘위니아딤채 파크’ 쇼룸을 열었다. 오프라인 쇼룸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로 꾸몄으며 딤채존, 위니아존으로 나눠 김치냉장고,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위니아 대표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는 비대면 통합 쇼핑 서비스 ‘삼성 VR 스토어’를 개장했다. PC나 모바일 기기로 삼성 VR 스토어에 접속하면 1층은 모바일, 2층은 영상·가전제품 코너로 꾸민 가상 매장 속에서 실제 매장과 같은 조건에서 제품 체험, 상담, 구매를 할 수 있다.
LG전자도 제품 체험부터 구매까지 가능한 온라인 브랜드숍(OBS)을 도입했다. OBS의 모바일 버전을 이용하면 AR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의 집에 LG전자 제품들을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이마트에 가면 안마기나 선풍기 등 정도는 성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열했는데 이제는 기업들이 다양한 체험존을 마련해 직접 체험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가전이 더욱 다양해졌다”며 “직접 체험해 보고 구매하는 제품이니 만큼 더욱 신뢰가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20대 프리랜서 이모씨는 “단순히 제품을 사용해 보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 접목시켜 재밌는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해 오히려 제품에 대한 호감도나 관심을 높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소비시장 전문가는 기업이 체험형에 무게를 두는 마케팅 방식을 도입한 것은 소비자 구매욕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가전제품은 공급자가 제시한 제품 중 적당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개인 필요도나 목적에 맞는 제품이 우선이다 보니 TV를 통한 이미지 광고보다는 직접 제품을 보고 체험하는 게 중요해 졌다”라며 “소비자 요구 변화가 기업 마케팅 방식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