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이쯤 되면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주식투자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예요."
금융권 한 관계자가 최근 연이어 드러나는 횡령 사건과 관련해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한 말이다.
KB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등 제2금융권은 물론이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까지 횡령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이들 사건의 횡령금액은 총 800억원에 달한다. 드러나지 않은 횡령 건이 있다면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횡령금을 주로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스포츠토토, 도박 등에 탕진했다. 얼마 전까지 주식과 가상화폐 등 금융자산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를 했다가 시장이 침체되면서 손해를 보게 되자 고객이 맡긴 돈을 빼돌려 만회하려다 들통난 것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최근 주식이나 가상화폐 시장이 다 죽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잃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돈을 빼돌리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횡령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드러난 횡령 사건들은 일회성이 아닌 수년간, 길게는 십수년에 걸쳐 발생했다.
때문에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 빠르게 이를 감지하고 피해가 커지기 전에 막을 수 있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횡령액에 대한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 16일까지 5년간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의 횡령액은 총 1091억8260만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권이 환수한 횡령액은 127억1160만원으로 11.6%에 불과하다. 금융사를 믿고 맡긴 고객의 돈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이다.
잇따른 횡령 사건으로 금융권은 고객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최근 금리 상승과 투자시장 침체로 돈을 예‧적금 등 안전하게 묶어두려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신뢰를 저버린 금융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산업은 고객의 신뢰가 생명"이라며 "금융사고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 회복이라는 최대 과제를 안게 된 만큼 금융업권이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체계를 정비해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