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5) 필리핀 아닐라오 5, 화산 폭발과 마닐라 탈출② 작전회의 끝에 발견한 사실, "세부공항은 열려 있다"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2.06.22 10:15 ㅣ 수정 : 2022.06.22 10:15

호텔에서 하룻밤 더 잤지만 마닐라 공항 전광판엔 '모든 항공편 취소' 떠
항공사는 마닐라발 귀국 항공편을 세부발 귀국 항공편으로 변경해주겠다고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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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제한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분기에 한번 정도 따뜻한 해외 바다를 찾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며 편안한 휴식을 즐기던 필자로서는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이빙을 못한지 1년 반이 되어가던 지난해 6월 하순 경, 지인들과 같이 속초로 다이빙을 갔다. 그러나 열악한 수중시야와 무척 차가운 수온 때문에 다이빙은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에 가까웠고, 따뜻한 태평양 바다가 더 그리워질 뿐이었다. 다행히도 최근 뉴스를 보면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는 듯한 기사가 많이 보이는데, 빠른 시간내에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예전과 같이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따뜻하고 맑은 바다에서의 다이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지난 2019년 1월에 연재를 종료했던 ‘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한다. 2019년 한해의 다이빙 기록과 앞으로 하늘길이 열리면 하게 될 다이빙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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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서둘러서 장비와 옷을 챙기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이때 필자가 아끼던 검은색 래쉬가드를 빠뜨렸다). 원래 일정은 리조트에서 저녁식사를 일찍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인데,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다.

 

리조트 대표, 강사들과 바삐 인사를 나누고는 우리 일행은 마닐라 공항으로 향했다. 30~40분쯤을 갔을까? 대략 10시 방향에 거대한 연기 기둥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9시 방향에서 연기 기둥이 보일 때 쯤에는 연기 기둥 속에서 번개가 치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후에는 하늘에서 눈 같은 것이 흩날리며 떨어졌다. 필리핀에도 눈이 내리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이내 다시 생각했다. ‘혹시 화산재?’ 아니나 다를까, 자동차의 창문에 떨어지는 것을 보자 눈이 아니라 화산재임을 알 수 있었고, 10여분을 더 가니 도로위에 화산재가 쌓이는 것이 보였다.

 

이런 광경은 재난 영화에서나 보았는데 실제로 부딪치자 심란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정도 상황이라면 공항이 폐쇄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공항이 폐쇄되면 공항이 다시 열릴 때까지 며칠이나 걸릴지 알 수 없고, 타국에서 기약 없이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답답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이미 활주로는 폐쇄되었고, 공항 내부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필자와 ‘용왕님’은 우선 항공사 사무실(우리 국적기)로 가서 비행편 등의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항공사 사무실에는 한국인 여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날 예정되었던 비행편은 다음날 오후로 연기되었고(활주로 운영 재개 여부도 불확실하고), 천재지변(화산폭발 등)에 따른 결항시에는 숙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자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머리속은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선 공항 부근의 호텔부터 예약을 했다. 그때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수시로 생각했던 것이 ‘만일 스마트 폰이 없었다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하는 것이었다.

 

이때 공항 밖에서는 리조트에서 우리를 태우고 온 운전기사(현지인)가 대기하고 있었다. 상황이 애매한지라 운전기사에게 상황파악을 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었고, 운전기사는 흔쾌히 대답하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운 운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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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산호. 공항에서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바다속 풍경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사진=최환종]

 

우리는 리조트 차량으로 예약한 호텔로 가서 방을 배정받고는 짐을 풀었다. 리조트에서 출발한 이후 몇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고 배가 고픈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앉아 있다 보니 긴장이 풀리면서  뭔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컵라면을 먹으면서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의했다. 그러나 활주로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일 일정을 계획한다는 것이 무의미했다. 그래서 오늘은 일단 잠을 푹 자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상황에 따라서 행동하자고 하고는 맥주 한잔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니 마닐라 시내는 잿빛 구름이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였다. 시선이 창문 쪽으로 가자 창틀에 뭔가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름 아닌 화산재다. 쌓인 화산재가 많지는 않았지만, 활주로에 쌓였을 화산재를 생각하니 더 답답!!!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는 곧바로 공항으로 갔다. 공항 내부는 수많은 여행객들로 인하여 인산인해였고, 무질서하게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6.25때 흥남 철수 작전’ 현장 상황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정도를 인파에 섞여서 쪼그리고 앉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공항 내부의 항공기 스케줄 전광판에 ‘All Flight Cancel’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이런 세상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항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는 ‘공항 재개 여부, 시기’ 등에 대해서 최대한 알아보기로 하고 각자 범위를 정해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항공사를 포함한 어느 기관에서도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처에 있는 공항 청원경찰에게 활주로 운영 재개 예상 시기 등을 물어보았는데, 뜻밖에도 좋은 정보를 얻었다. 즉, 필리핀 국내선은 운항을 하고 있고, 마닐라 이외의 공항은 국제선 항공기도 이착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정보를 토대로 다음 대책을 상의했다. 마닐라 공항 폐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므로, 가까운 ‘클락’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인가 아니면 ‘세부’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인가 등등.

 

클락보다는 세부로 간 후에 거기서 한국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한국에 있는 항공사 본사에 전화하여 ‘마닐라발 귀국 항공편을 세부발 귀국 항공편으로 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하였고, 항공사에서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세부발 귀국 항공편으로 변경해 주겠다고 하였다. 결국 내일 아침 일찍 필리핀 국내선을 타고 세부로 가서 거기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 결론지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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