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1) 대원제약] 국산 12호 신약 펠루비 보유하고 4개 신약 개발 추진…오너 일가 지분 38%에 정부 지원은 숙제
대원제약의 올 1분기 연구개발 예산은 87억원, 정부 예산 지원은 6억5000만원에 그쳐
윤석열 대통령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현재까지 윤 정부는 제약바이오위원회 설립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설립된다 하더라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약산업법)에 의해 정부는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을 통해 산업을 키워야 만한다. 만일 윤 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제약산업을 육성하려면 법개정을 해야 된다. 그동안 혁신형 제약 기업으로 육성된 국내 제약사들 입장에선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지난 2012년부터 운영된 혁신형 제약 기업 분석을 통해 윤 정부가 그려야 할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정책을 조망해 본다.<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감기약 강자' 대원제약(대표이사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은 보건당국이 인증한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은 40개가 채 안되며 병원과 약국에 약품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제품들이 대부분인 상황이다. 그러나 대원제약이 자체 개발한 국산 12호 신약인 소염진통제 '펠루비'는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펠루비는 대원제약이 7년 동안 총 60억원을 들여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펠루비 개발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대원제약이 상위 제약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기간에 의료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의약품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다.
■ 척박한 국내 신약산업 이끌어가는 중견기업... 정부 신약개발단 출범 4년 전에 시작된 펠루비 개발, 국산 12호 신약 등재돼
보건당국이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범 부처 신약개발단이 조직돼 운영해오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에서야 신약 개발 기업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었다. 이처럼 취약한 보건당국의 신약 개발 시스템을 감안하면 대원제약이 2008년에 펠루비 개발을 시작해 성공적인 결실을 거둔것은 고무적인 사건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대원제약이 공시 상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약 개발 사업은 총 4가지다. 이 중 하나만 정부로부터 연간 6억5000만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 받고 있다. 대원제약의 올해 1분기 연구개발 예산이 약 87억 원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 6억5000만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남은 3가지 사업의 신약 개발비는 대원제약이 자체 조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윤석열 정부가 제약바이오위원회를 설립해 신약 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경우 대원제약도 수혜 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원제약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약 40%대를 육박하고 있는 상태이며 3세 경영 체제를 준비하고 있어 '특정 기업 배불리기' 비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신약 개발 관련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약 기업들이 오너 집중형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어 윤석열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문제”라면서 “신약 개발에 성공해 큰 수익을 창출할 경우 오너 일가 주머니만 채워준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원제약은 국내 총 29개의 혁신형 제약 기업 중 매출액 규모 기준으로 상·중·하로 나눌 경우 ‘중’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연매출 규모가 1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원제약은 약 3000억원 수준이다. 또 보건당국이 인증하는 우수 식품·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인 ‘GMP’ 급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을 통해 대원제약은 다양한 의약품을 제조하고 있다.
대원제약이 보건당국으로부터 혁신형 제약 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신약개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개발 신약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대원제약 매출에도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 4개 신약 개발 포트폴리오가 강점...고지혈증 치료제로 알려진 DW-4301 등 후보물질 보유 기업과 전략적 관계 유지
2008년에 자체 개발에 성공한 관절염 관련 의약품인 ‘펠루비’와 다국적 제약사의 개량 신약인 ‘알포콜린’ ‘레나메진’이 대원제약이 갖고 있는 대표 포트폴리오다.
펠루비는 지난해 28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알포콜린과 레나메진은 각각 154억원, 127억원 판매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매출 총합은 568억원으로 지난해 대원제약 매출 합계 3541억원 대비 1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제약 산업이 제네릭(복제약)과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이 주를 이루는 특성을 고려하면 대원제약은 신약 개발과 개량 신약 등의 매출이 16%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재 대원제약이 추진하고 있는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4개다. 이 중 하나인 ‘DW-4301’의 경우 후보 물질을 사들여 개발과 유통·판매 모두 대원제약이 담당한다. 남은 3가지는 타기관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개발하고 있다. 또 대원제약 자체적으로 다국적 제약사가 갖고 있는 다섯 종류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개량·복합 연구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제약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은 고지혈증 치료제로 알려진 DW-4301이다. 인도 최대 제약사 ‘Sun Pharma’로부터 후보물질을 사들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원제약이 전략 신약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개발 및 계약 등의 자세한 사항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다만 현재 임상 2상 진행 중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게 전부다. 특히 DW-4301 혁신형 제약 기업 국제공동연구지원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사가 Sun Pharma로부터 후보물질을 사들이면서 계약이 완전 끝났다”며 “개발 성공 시 판매 유통 모두 우리(대원제약)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소재 ‘Huadong Pharm’과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현재 대원제약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 내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개발이 성공할 경우 중국 내 유통·판매는 Huadong Pharm이, 국내의 경우 대원제약이 각각 담당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국내 기업 ‘티움바이오’ ‘엘베이스’와 대원제약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신약 개발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프라 부족한 상태다.
제약 개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제약 관련 기업들은 신약 개발 관련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나 예산, 인프라, 생산 시설, 유통망 등이 매우 빈약하다"며 “대형 제약사와 함께 신약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연구개발비 9% 수준... 신약 및 개량 신약 개발 성공 위해선 정부 추가 지원 필요
대원제약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12억원(7억2400만원 정부 지원금 제외) 규모로 매출액 대비 9.03%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31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1%이었다. 다만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가 87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전분기 누적시 2020년보다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연매출 3000억원 규모에 연구개발비 9%인 대원제약보다, 1조원 매출에 연구개발비 9%인 기업이 더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해 혁신형 제약기업 하나 당 7억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보다는 매출이 높은 상위 제약사에 정부가 선택과 집중 투자를 단행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대원제약은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는 전략 신약인 DW-4301에만 쓰이고 있다. 타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경우 연구 개발 비용은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또 개량 신약 개발에 필요한 예산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오너 일가 집중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명분 분명히 해야...3세 경영 열어갈 백인환 전무와 백인영 이사, ‘극동에이치팜’ 비상근 이사로 나란히 등재돼
대원제약은 오너 일가가 지분 38.7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Fidelity가 9.81%를, 소액주주가 45.66%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주식은 전혀 없는 상태다.
현재 대원제약은 혁신형 제약 기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윤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신약 개발에 성과를 이루어낼 경우 환자들에게는 긍정이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로 봤을 때 오너 일가 집중형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분을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원제약은 3세 경영으로의 전환이 핵심과제인 제약바이오 기업 중의 하나이다. 백승호(66) 회장과 백승열(63) 부회장은 형제간이다. 대원제약의 후계구도는 이 같은 형제 경영 기업에 걸맞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승호 회장의 아들인 백인환(Baek Jonathan In, 38세)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율도 현재 3.67%로 고모부인 양재진 고문(4.62%)에 뒤를 이어 4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백승열 회장의 아들인 백인영(33세) 이사도 후계자로 꼽힌다. 미국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대원제약에서 신성장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지분율이 0.71%로 낮다. 특히 이 지분의 경우 동생인 백인재 씨와 사촌인 백인성(백승호 회장 아들)씨와 보유량이 같다. 이는 조모인 김정희 이사에게 증여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 백인환 전무와 백인영 이사의 고모인 백해선(지분 0.52%)씨와 고모부 양재진 고문이 누구에게 무게를 실어 주는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백인영 이사의 모친인 윤경실 씨가 0.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백인환 전무의 모친 남경우 씨는 0.35%를 보유해 다소 밀리고 있다. 대원제약이 3세 경영으로 넘어갔을 경우 이들 지분의 행방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백인환 전무와 백인영 이사는 대원제약이 전략적으로 인수한 ‘극동에이치팜’ 비상근 이사로 나란히 등재돼 있다. 대원제약이 신성장 동력으로 건강보조식품을 낙점해 지난해 극동에이치팜을 140억원 들여 지분 83.5%를 취득해 인수했다. 현 형제경영체제의 후계자로 꼽히는 두 사람이 대원제약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극동에이치팜에 나란히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극동에이치팜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인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내 제약 산업의 추세로 볼 때 건강기능식품이 주력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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