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20616500285
기자의 눈

‘관치’ 망령 떠오른 금융권...권력 아닌 질서 위한 劍 되야

글자확대 글자축소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6.17 07:23 ㅣ 수정 : 2022.06.17 07:23

image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주요 정책 금융기관의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됐다. 이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일인 데다 새 정부 정책 일관성과 효율성을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예상됐던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인사 권한이 없는 민간 금융사도 정권이 교체되자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자칫 정권 교체로 인한 인사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는 민간 기업임에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역사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간 금융사 인사 하마평에 정권 측근 인물이 거론되는 상황이 반복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승유, 이팔성, 어윤대, 강만수 등 ‘4대 천황’이라 불렸던 금융 인맥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주목받는가 하면 친박계 핵심 인사 청와대 실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도 시작부터 대통령 학연으로 연결된 충암고·서울대 출신 인물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최근 금융권에 최근 거액의 횡령 등 연이어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 시점과 맞물려 언론에 회자되면서 그 배경에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내부통제 문제는 자연스럽게 CEO의 책임론으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 여부를 떠나 내부 문제로 조직이 흔들린다면 외부에서 개입할 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정권 교체와 맞물려 금융당국의 조치로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던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과거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했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전산 교체 내분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이사회에서 해임된 바 있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도 과거 불거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비롯해 채용 비리 등 사법 리스크에서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마침 윤석열 사단 출신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입성과 동시에 검찰 내부 금융·증권법죄합동수사단이 부활, 전 정권 벌어진 금융사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상 첫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의 등장은 금융권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검사 시절 금융‧증권 범죄 전문 검사로 ‘저승사자’라 불릴 만큼 강성 기조를 보였던 이 원장의 취임으로 금감원의 검사와 처벌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권 초기 금융권에 강한 사정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 보니 금융사들은 경영상황이나 내부 임직원의 부정적인 이슈에 더욱 민감해졌고 과거 금융사 수장의 수난 역사 때문인지 자칫 사정 칼날이 각 금융사 수장을 향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요즘같은 세상에 설마...”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과거와 달리 관치 금융을 경계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된 데다 금융사 역시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안착되면서 정치적 외압에 견딜 수 있는 독립 경영 체제가 강화됐다. 우리금융이 민영화에 성공하는 등 자본 독립도 이뤄진 상황이다.

 

이례적인 금감원장 인사가 과거 관치 금융 재현을 위한 무기로 사용될 것이란 우려는 괜한 걱정이 될 수 있다. 이 원장이 정부가 발탁 배경으로 설명한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감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서 금융 감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기대해 본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