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면직 통보’ 받은 금융노조 전 간부들···“철회하라” 전운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6.17 07:11 ㅣ 수정 : 2022.06.17 07:40

2017년 금융권 노사 산별교섭 두고 물리적 충돌
금융노조 전 간부 3명 대법원서 징역형 집행유예
“불이익 없도록 협조” 약속했지만 모두 면직 통보
노조 측 “면직 통보·예정일 같아...서로 논의한 듯”
부당 해고 철회 촉구 위해 항의·행정소송 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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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로비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해고연봉제저지·관치금융철폐' 총파업 1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5년 전 쟁의 활동 과정에서 사용자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금융권 노동조합 전(前) 간부들이 최근 대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 회사에서 면직 통보를 받았다. 사측은 규정에 따라 면직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노조는 “부당한 해고”라며 전면투쟁을 예고했다. 

 

1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등에 따르면 허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농협경제지주)과 문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 수석상임부의장(우리은행), 정덕봉 국민은행 부지점장은 최근 회사로부터 면직 통보를 받았다.

 

허 부위원장은 전 금융노조 위원장이었고, 문 부의장과 정 부지점장 역시 각각 전 금융노조 조직담당부위원장, 전 금융노조 정책담당부위원장을 지냈다. 모두 금융노조 간부 출신이다. 

 

■ 2017년 쟁의 활동 중 ‘물리적 충돌’···대법원서 징역형 집행유예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금융개혁 차원의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으로 금융권 노사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금융권 사용자(회사)들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잇따라 탈퇴하며 산별교섭에 진전이 없었다. 

 

산별교섭은 산업 단위로 노사 협상을 진행해 임금과 근로 조건을 결정하면 동종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시 금융권은 2010년부터 산별교섭을 진행해오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9월 26일 금융노조 전 간부였던 이들을 포함한 조합원 수십 명은 사용자들의 산별교섭 복귀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은행회관을 항의 방문하고, 이곳을 2시간가량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금융노조가 당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만나지 못하자 회장실 진입을 시도하면서 문이 파손됐고, 내부 직원들과 몸싸움도 벌어졌다. 몇몇은 병원을 다녀올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 

 

이 충돌에 엮인 금융노조 전 간부 3명에 대한 판결이 최근 나왔다. 대법원2부는 지난 3월 25일 주거침입과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된 허 부위원장과 문 부의장, 정 부지점장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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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17년 8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2층에서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은 33개 금융 사업장 사측을 비판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용자 측, 조합원 불이익 받지 않게 약속"···하지만 판결 후 면직 처분 

 

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권 노사는 이번 사건이 ‘노사 관계 발전’을 위한 활동 중 발생한 만큼 관련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판결이 나온 이후인 지난달에도 금융노조 요구에 대해 사용자측은 해고를 ‘유보’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돌연 이들에 대한 면직 통보가 나왔다. 면직 예정일은 오는 7월 15일이다. 

 

금융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 사태의 원인 제공은 산별교섭을 거부한 사용자측에 있었으며 정당한 노조 활동을 이유로 면직하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산별협약 제116조에는 쟁의 행위를 이유로 회사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는 게 금융노조의 주장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당시 산별교섭은 사용자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 거부를 계속해가며 해를 넘겨가면서까지 수차례 계속 돼던 상황이었다”며 “노사 간 충돌의 원인은 합의된 산별교섭 체제를 무너뜨리고 교섭을 거부하며 면담 약속을 어긴 사용자측이 제공했음이 명백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농협경제지주와 국민은행, 우리은행의 면직 처분 과정에서 금융사 간 협의가 이뤄졌을 거라고 보고 있다.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라지만, 서로 다른 회사에서 한 날에 면직 통보가 내려지고, 면직 예정일까지 같은 건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허 전 위원장(농협경제지주)에 대해 5월 말이나 6월 말 면직 처리겠다는 얘기가 있어 상의 후 보류했는데, 다시 7월 15일자 면직 통보가 나왔다”며 “이어 국민은행에서도 면직 통보서가 나오고, 우리은행도 구두 통보를 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날짜가 셋 다 똑같기 때문에 사전에 서로 논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들에 대한 ‘부당 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항의 공문 발송과 함께 필요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제소나 행정소송 등도 진행하겠단 계획이다. 나아가 한국노총과 연대한 전면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부당 해고는 사용자측의 금융노조에 대한 도발이자, 대한민국 최대 산별 노조인 금융노조를 시작으로 한 대한민국 노조 운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의 신호탄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에 대한 면직 처분을 내린 금융사들은 회사 내규에 따라 진행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징역형 집행유예는 회사 면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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