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글로벌 인터뷰] ‘엑세스 캠페인 논의차 방한한 국경없는의사회(MSF)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上)…”코로나19를 계기로 의약품 지원 시스템 개선 희망”
국제사회 도움과 기술 전수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저개발국가 모범 사례
엑세스 캠페인, 넘어야 할 산 많지만 다양한 관심과 도움 이어진다면 성공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빨랐다…인류애 실천 각종 질병 치료제 빠른 개발 기대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국경없는의사회(MSF)는 1971년 설립돼 의료지원이 절실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주의 의료 단체다. 이들은 지난 1999년부터 필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엑세스 캠페인’(Access Campaign)을 진행하고 있다. 필수 의약품에 대한 제네릭(복제약) 생산을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저개발국가에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나탈리 에르누(Nathalie Ernoult)는 2008년 MSF에 합류해 엑세스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파리 제2대학교 법학부에서 커뮤티케이션 석사 및 조정∙중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강사이자 호주 디킨 대학교 인도주의 리더십 프로그램 교수다. 현재 MSF에서는 엑세스 캠페인 정책 전략 및 옹호 부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MSF의 엑세스 캠페인을 한국에 널리 알리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의 독점 인터뷰를 14일 진행했다. 프랑스인인 에르누 부국장과는 영어 통역을 통해 인터뷰가 진행됐다.
◼︎ "한국은 엑세스 캠페인 진행 최적 국가…기술 지원 받아 비약적 성장, 타 국가 롤모델 확신”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지난 2018년에도 방한해 MSF의 엑세스 캠페인을 알린 바 있다. 당시 에르누 부국장은 한국이 엑세스 캠페인을 실천하는데 적합한 국가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 산업은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체 개발된 신약도 40개 미만이며 현재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약은 전무한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가 없는데 엑세스 캠페인을 실천하는데 적합한 국가로 한국을 꼽은 에르누 부국장의 주장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급속도로 발전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선진국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며 제약 산업도 이와 비슷하게 제네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은 철학적∙문화적 관점으로 봤을 때 지원을 받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을 받은 나라가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희망적 선례를 남겼다”며 “기술을 전수 받아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나라들에게 정서적 접점을 남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엑세스 캠페인 성공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국가간 무역 분쟁을 비롯해 제약 특허와 관련 각종 소송전 등이 얽혀 있어 이를 풀어내기에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에버그리닝’이라는 특허 보호책을 쓰고 있어 이를 뚫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에버그리닝은 신약 개발해 특허 범위를 포괄적으로 신청한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일부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재등록 하는 식의 일종의 방어 전략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에버그리닝을 활용하는 것은 값싼 제네릭 출시로 해당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장기간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야 약 하나로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 분쟁 시 치열하게 법정 공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같은 특허 문제를 극복하고 엑세스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을까?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세계 각국이 특허 인정 기준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과연 이 기술이 특허를 받을 만한 것인지, 혁신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특허법이 약하며 특히 심사 기준이 조악한 수준”이라면서 “근 10년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특허 요청 강화 요청 목소리가 있어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현재 입법 검토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제약 사업만 봐도 특허 회피 분쟁이 치열하다. 최근 보령(보령제약)은 항암제 사업부를 확장시키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의약품에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또 보령은 자체 개발한 혈압약 ‘듀카브’ 특허 보호를 위해 에버그리닝을 쓰고 있다. 현재 40여개의 국내 제약사들이 듀카브 특허 무효 심판 청구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현재 시점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해 특허를 선점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기점으로 이 같은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에르누 부국장은 “선진국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수급이 절실하다보니 기업과 가격 협상을 하지 못해 많은 비용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이제는 공공성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기업들과 각국 정부가 가격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 ”이라고 첨언했다.
◼︎ "코로나19 이펙트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생산 초단축…인류애를 위한 다양한 의약품 개발 쉬워질 것"
인도주의 의료에 있어서 코로나19가 가져온 파장이 크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백신을 제작해 많은 돈을 벌었지만, 라이선스를 일시적으로 풀어 제네릭(복제약) 생산을 허용해 저개발 국가로 백신과 치료제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부분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제약사들은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생산에 있어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보건당국의 행정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저개발 국가에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치료를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머크’로부터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저개발국가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제네릭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MPP(국제의약품특허풀)의 규정에 의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저개발국가로 공급되지만 아직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개발국가들의 경우 정치 및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상태다. 국민들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넉넉히 구입할 수 있는 재정이 없는 상태다. 또 구입한다 해도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될지도 예측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 약값을 높게 책정한다면 국제 사회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MPP규정에 의해서 약값이 산정돼 공급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오리지널 약값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제네릭이 나와야 그나마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되는 백신과 치료제는 저개발국가 재정으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펀드, 국제 기구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받아 다양한 단체들이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저개발국가 위주로 백신과 치료제가 공급될 것이며 무엇보다 의약품이 공급되도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건 의료체계의 지원도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공급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신약 개발 시기를 대폭 단축했다는 것이다. 신약을 하나 개발하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3년이 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비약적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나탈리 에르누 부국장은 “저개발국가에서는 코로나19보다 더 심한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백신과 치료제를 빨리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목도한 것이며 전례를 남겼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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