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신한’ ‘카카오’ ‘롯데’등 디지털 헬스케어 3강 부상…사업 선점 물밑작업 치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함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대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 왔던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라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의 향후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 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시장 규모는 7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 때문에 대기업과 빅테크사(社)의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각 기업들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해 물밑작업에 돌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업을 위한 기술력은 문제 될 게 없지만, 비대면 진료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편의 및 정확성을 높이는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 700조원 추산...대기업과 ICT기업들 시장선점 위한 진출 러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이미 실패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범사업을 미리 시작한 기업들 사이에서 비대면 진료기술과 플랫폼 서비스 질을 개선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이미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한 기업들은 테스트 모델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는 의료전산시스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황희 전 분당서울대학병원 교수(의사)를 디지털 헬스 케어 분야 수장을 낙점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내병원을 설립해 수천 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 케어 사업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롯데의 경우 아직 사업 구상 단계지만 요양보호 시설을 상대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테스트할 방침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KT다. 국내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진출했다. 하노이대학교 의과대와 손잡고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 케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내고 있지만, KT는 국내에 비대면 진료가 허용될 경우 베트남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또 KT와 신한금융의 파트너십에 의한 시너지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들과 워크샵을 진행하는 등의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신한금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디지털 헬스 케어 기업에 대해 알기 위해 워크샵을 진행한 것 뿐”이라며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한금투 측의 반응과는 다르게 올해 초 신한금융은 KT와 지분 교환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디지털 관련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일 신한금융이 KT와 국내에서 디지털 헬스 케어 사업을 진행할 경우 관련 펀드를 조성해 가입자를 끌어모으거나,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경우 수수료 수익을 안정적이게 가져갈 수 있게 된다. 또 신한금융 플랫폼 서비스에 KT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장착될 경우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점쳐진다.
KT의 경우 신한금융에서 제공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KT와 신한금융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과 관련해 사업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KT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초기라 왈가왈부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신한금융과 파트너십은 공공연한 상태”라고 말했다.
■ 제약사 관계자, "대기업들이 물량 공세 펴면 우리는 당할 재간 없어" / 네이버 관계자, "병원의 자동화 시스템을 플랫폼화하는 데 집중"
그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제약사들의 자회사에 의해 성장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헬스 케어는 병원의 진료 자동화 시스템 및 의무기록 등을 관리하는 것인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진료 행위를 하는 사업이라고는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 기업들이 특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소소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게 전부다. 디지털치료제는 발작성 질환 및 심전도 질병 등에 한하여 특수 기기를 신체에 부착해 의료 기관으로부터 원격 관리를 받는 것이다. 이 역시도 사업 초기 단계라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
동아쏘시오를 비롯해 대웅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삼진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한독, GC녹십자 등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공지능 솔루션과 디지털치료제 개발 업체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지만 사업 전망은 여의치 않다. 현재로써는 밑져야 본전 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게 전부다.
롯데의 경우 건강보조식품 사업 확대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700억원의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사업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록 투자금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규 사업 투자가 50억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대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어 물량 공세를 한다면 우리(제약 업계)로서는 당할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기존 제약사들이 자회사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병원 전산화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네이버와 대웅제약은 분당서울대병원과 합작해 헬스케어 기업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방대한 의무기록을 빅데이터로 만들어 병원에 최적화된 정보전달 서비스를 구현하는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사는 디지털 헬스 케어를 병원의 자동화 시스템을 플랫폼화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현재 간호사들이 업무를 인수인계 할 때 구두나 자필 문서 등으로 진행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클로바 노트 등의 서비스를 병원 등에 맞게 고도화해 간호사들이 손쉽게 접근해 인수인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같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자동화 시스템과 의무기록 등의 관리를 담당해 온 기존 제악사들의 자회사 헬스케어 기업들은 네이버가 시장 진출을 본격화 하고 영역을 개척한다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ICT에 비대면 진료를 접목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성장시키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유력시 되고 있는 김승희 전 의원은 비대면 진료 찬성 주의자다. 윤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국민의힘은 인수위 때부터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위해 입법 작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는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 케어 사업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의료계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비대면 진료를 어느정도까지 허용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의료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가벼운 질병과 대면 초진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장기관 관리를 받아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비대면 진료가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의사의 처방이 필요가 없는 일반약 혹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주로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특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