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14)] 패션산업, ‘메타버스 마인드셋’을 입다! (下)
[기사요약]
가상의상만 디자인하는 디지털 패션 하우스 부상
가상의류 온라인 상점, 디지털 패션 마켓플레이스도 주목
패션 스타트업,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MZ세대 구매 자극
국내업계, 가상의류 실험과 함께 실물 경쟁력 강화도 잊지 말아야!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2019년 5월, 전 세계의 주요 패션기업들이 뉴욕에서 개최된 이더리움(대표적인 암호화폐 중 하나) 컨퍼런스에 주목했다.
네덜란드의 한 무명기업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드레스 1벌을 경매에 내놓아 무려 9500달러에 판매했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그 기업의 이름은 패브리칸트(The Fabricant). 100% 디지털 의류만 디자인해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그것도 고급 맞춤복만 취급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입을 수 없는, 디지털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가상의 옷을 누가 살까 하는 의문이 있겠지만, 시장 데이터는 예상 밖이다.
포브스(Forbes)誌에 따르면, 디지털 아바타에 대한 소비를 의미하는 D2A(Direct to Avarta) 시장규모가 2017년 현재 300억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아바타용 의상, 신발, 헤어스타일 등 모두 아바타를 꾸미는데 사용되는 100% 디지털 패션시장이다.
포브스는 D2A 시장이 2022년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 증강현실 활용해 가상의상만 디자인하는 디지털 패션 하우스 부상
최근 가상의류만 제작·판매하는 디지털 패션 하우스(Digital Fashion House)가 화제다.
대표적인 기업은 앞서 예를 든 패브리칸트. 이 기업에는 실물 의상을 기획하는 디자이너는 1명도 없다. 증강현실(AR) 전문 아티스트가 곧 상품 기획자이자 디자이너다.
이 회사의 상품 판매방식 또한 독특하다. 우선, 고가의 ‘가상 맞춤 의류’를 옥션 방식으로 판매한다. 그후, 경매로 판매한 3D 디지털 드레스를 구매자의 체형에 맞게 재디자인해 ‘AR Filter(증강현실 필터)’ 형태로 제공한다.
구매자는 이 증강현실 필터를 활용해 마치 자신이 그 옷을 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SNS에도 올릴 수 있다.
패브리칸트 외에도 오로보로스(Auroboros), 트리뷰트(Tribute), 칼링스(Carlings), 리퍼블릭(Republiqe), 리플리칸트(Replicant) 등 최근에 등장한 디지털 패션 하우스는 많다.
• 가상의류 온라인 상점, 디지털 패션 마켓플레이스도 주목!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가상의류와 가상액세서리를 모아 판매하는 디지털 패션 마켓플레이스(Digital Fashion Marketplace)도 등장했다.
이곳에 가면 여느 온라인 상점처럼 선호하는 상품의 이미지를 선택해 확대해보고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구매도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거지를 둔 드레스엑스(DressX)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스타트업은 2020년 설립됐다.
고객들은 드레스엑스에서 구매하고 싶은 디자인을 찾은 뒤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하고 결제를 마치면, 며칠 내로 해당 디자인을 가상으로 착용한 사진을 이메일로 받을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구매 고객에게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주요 SNS에 최적화된 다양한 가상의류 착용 사진을 제공하는데, 고객들은 실제 옷을 입고 찍은 것 같은 사진의 정교함과 고화질에 놀라게 된다.
현재 드레스엑스는 60여명의 디자이너와 협력해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의 다양한 가격대로 700개 이상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으며, 다른 디지털 의류 브랜드도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상품을 유통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향후 10년 내에 10억개의 디지털 의류 판매가 목표다.
• 메타버스, 블록체인 연계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MZ세대 소구
IMVU는 18~24세 여성이 주고객층인 소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700만명에 달할 만큼 MZ세대들이 선호하는 메타버스다. 이 스타트업은 아바타가 착용하는 의상, 신발, 구두, 액세서리 등 각종 디지털 패션 아이템을 제작한다.
앞의 사례들과 차이가 있는 것은 프로페셔널 패션 디자이너와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현실 세계에서 핫트렌드로 부상한 상품을 아바타용으로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 플랫폼에서는 현재 20만명 이상의 아마추어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며 5천만점 이상의 아바타 의상을 판매하고 있는데, 매달 2천700만건 이상의 아이템이 팔릴 만큼 활성화돼 있다.
알티팩트(RTFKT)는 가상 스니커즈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2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스니커즈 600켤레를 한정 판매해 7분만에 310만 달러의 수익을 내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말에는 나이키에 인수되었다.
얼마 전 이 회사는 나이키의 실물 운동화를 본떠 만든 버추얼 운동화를 출시했는데, 여기에는 ‘스킨 바이얼(Skin Vial)’이라는 독특한 기술이 적용돼 있다. 구매자들이 운동화의 스킨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스킨은 전문 아티스트들에 의해 한정판으로 제공되는데, 구매자가 별도의 노력을 들여 수집해야 한다. 게임과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이다.
• 국내업계, 가상의류에 대한 실험과 함께 실물 경쟁력 강화도 잊지 말아야!
가상패션 시장이 장밋빛으로 전망됨에 따라,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디지털 패션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한 예로, 롯데홈쇼핑은 가상 디지털 의류 브랜드 'LOV-F(life of virtual fashion)'를 론칭했다. LOV-F는 판타지를 콘셉트로 트렌드에 맞춘 패션 제품을 출시하고, 실물 상품과 연계한 디지털 패션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의류, 생활용품, 소형가전 등을 취급하는 중견기업 브랜드엑스는 자사의 스포츠웨어 브랜드 ‘젝시믹스’의 대표상품을 본뜬 가상의류를 출시했다. 구매자들이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에 착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해 디지털 패션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패션기업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이들의 노력이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 열매로 맺어지길 기대한다.
가상의류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더불어 자사의 실물 경쟁력 강화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실물에서의 경쟁력이 유지될 때 가상세계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것이 아마도 맥킨지가 이야기한 패션업계의 ‘메타버스 마인드셋’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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