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있는데 매물이 없네” 우리금융, 비은행 M&A 윤곽 언제쯤
증권·보험사 인수로 종합금융그룹 도약
M&A 실탄 마련했지만 매물 찾기 지연
당장 실적 부진 없어 ‘선택과 집중’ 우선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비(非)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예고한 이후 매물 찾기에 분주하다.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 달성 이후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증권·보험사 인수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우리금융이 충분한 실탄까지 확보한 만큼 M&A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졌으나,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 매물과 시장 상황, 몸값 등 고려해야 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 “종합금융그룹 도약” M&A 공식화···1순위는 증권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M&A를 추진하고 있으나 마땅한 매물은 찾지 못한 상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여러 후보군을 놓고 M&A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보험·증권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민영화 작업을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비은행 계열사 다수가 외부로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예금보험공사(예보)의 잔여 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은 본격적인 종합금융그룹 진용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순이익의 80%가량을 우리은행이 책임질 만큼 은행 부문 의존도가 심한 점도 우리금융 M&A 필요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M&A에 성공할 경우 국내 금융지주 판도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1~3월) 우리금융의 순익은 8842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3위인 하나금융(9022억원)과 순이익 격차가 18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이 증권·보험사 부재 속 은행 부문 성장으로 하나금융과의 격차를 좁혀나간 건 고무적이다. M&A 이후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가 본격화하면 우리금융의 3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으로 두고 있다. 보험사보다는 단기적 인수 효과가 큰 데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창출도 용이하다는 판단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가 그룹의 시너지를 내기에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에 M&A 우선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 M&A 의지·투입 실탄 있는데...‘매력적 매물’이 없다
다만 우리금융이 M&A에 대한 의지만 드러냈을 뿐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도 증권·보험사를 중심으로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만 제기될 뿐이다. 여러 매물에 대한 추측성 설(設)만 난무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M&A를 위한 충분한 실탄도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우리금융의 투자 여력은 6조원 수준이다.
일단 증권사를 기준으로 보면 SK증권과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우리금융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부진하고, 금리 인상기에는 증권사 이익 규모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형 증권사 인수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증시 활황에 힙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들의 몸값이 높아진 점도 우리금융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은 정해진 실탄으로 증권·보험사를 모두 인수해야 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금융이 중소형 증권사를 사들인 뒤 몸집을 키울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현재 보유 중인 우리종합금융과 중소형 증권사의 ‘투 트랙’을 유지하다 나중에 합병할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사로 눈을 돌려봐도 매물이 없다. 최근 MG손해보험과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 곧 M&A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만 나올 뿐이다. 최근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우리금융 참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우리금융 측은 “증권사 인수가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 “서두르지 않을수도”...우리금융 M&A 해 넘기나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M&A를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부문 비중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그룹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 인상기는 은행 부문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자 이익 증가에 따른 은행의 실적 개선이 온전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로 순익이 줄고 있는 증권사가 없다는 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모든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차별화 포인트는 비이자 이익의 증가 여부”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금융은 가장 유리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우선순위로 둔 M&A 전략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적당한 매물이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회사들이 실제 매물로 나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을 얘기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며 “M&A에 대한 의지는 변함 없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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