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한미 금리 역전,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나 우리 경제의 기대 수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5.26 00:30 ㅣ 수정 : 2022.05.26 04:09

[기사요약]
미국의 빠른 긴축으로 한미 금리 역전 우려 커져
과거 경험 보면 일시적인 역전 하에서 자산시장에 큰 문제 발생하지 않아
하지만, 장기 성장률 하락으로 역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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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nbc.com]

 

[뉴스투데이=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머리 속이 복잡해진 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은행이다.

 

5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빅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미국 정책금리는 이제 1%다. 그런데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은 앞으로 적어도 두 번 정도의 빅스텝 인상을 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정책금리는 조만간 2%에 도달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정책금리가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0.25%포인트씩 두 번 올려도 양국 정책금리가 같아지고, 만약 우리는 인상을 하지 않으면 정책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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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ocbcnisp.com]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역전에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금리 역전이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금리부 자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신용 위험과 유동성 위험이 낮은데, 금리마저 높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달러 금리부 자산 대신 원화 자산을 살 이유가 없다.

 

그리고 원화 금리부 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면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다시 주식 등 위험 자산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 FX스왑(Foreign Exchange Swap) 등 달러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금리 역전이 국내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 과거에도 금리 역전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미 금리 역전은 처음 발생한 일이 아니고, 과거 양국 간 금리 역전이 국내 자산시장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국내 금리가 우리 고유의 위험으로 크게 오르는 경우인데, 아직까지는 국내 경제 또는 자산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가계 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반적 경기 둔화 정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최근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의 빠른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하단이 탄탄한 모습이고, 빠른 속도로 오르던 원달러 환율 역시 조금은 안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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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ulsenews.co.kr]

 

우려와 달리 금리 역전 가능성이 큰 문제가 아닌 것은, 한 국가의 금리가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꾸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 나라의 경제 성장, 물가에 대한 기대, 그리고 고유의 위험을 반영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은 주로 우리나라 물가 전망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올해 중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우리나라의 상승률을 넘어설 경우 우리나라의 명목금리가 미국의 명목금리보다 높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경우에 실물자산 대비 화폐가치 하락 폭이 더 큰 미국으로의 일방적 자금 유출은 예상되지 않는다.

 

미국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 다수 국가의 경우에도 금리가 장기간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자산시장과 경제가 큰 충격을 받지 않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다만, 금리 역전이 우리 경제의 저성장 전망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걱정해야

 

하지만, 물가가 안정된 후에도 구조적으로 한미 금리차 역전 상황이 유지된다면, 이는 단기적인 자금 유출보다 더 큰 시사점이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실질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20여년간 추세적으로 떨어져 왔고 이제는 미국과 비슷한 2% 남짓한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한미 기준금리 및 시장금리 역전이 고착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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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각국금리는 중앙은행 정책금리 기준. 단, 장기시계열 확보를 위해 1971년 이전 미국 금리는 연방기금금리, 1999년 이전 한국금리는 1일물 콜금리 사용

[자료=각국 중앙은행, SK증권]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 일본이 고성장을 유지했던 60년대에 일본 기준금리는 미국을 크게 상회했고, 70년대 말까지도 대체로 일본 금리가 조금 높거나 양국 금리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장기 성장률 격차가 크게 줄고, 결국 역전된 이후 일본 금리는 한번도 미국 금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OECD는 장기 전망을 통해 202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장기평균 성장률이 역전될 것이라 보고 있는데, 이는 장기금리부터 양국 금리가 역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 자금 유입은 줄고 경제의 활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심지어 OECD는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이 일본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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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22년 이후 성장률은 OECD 전망 기준

[자료=각국 중앙은행, OECD, SK증권]

 

이렇듯 저성장이 장기화하면 증시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 투자에 몰두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정책당국이든 투자자든,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단기적 자금 유출 걱정보다는 금리 역전의 고착이 의미하는 우리 경제의 기대수익률 하락과 이 경우 나타날 투자 패턴의 변화,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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