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서 한국으로 되돌아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한국인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한 벽안의 한국인’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故 위트컴 장군 부부가 영면하고 있는 ‘유엔기념공원’은 1951년 1월 유엔군사령부가 부산시 남구 대연동 13만4000㎡의 넓은 부지에 전사자의 공동묘지로 조성했으며, 1955년 유엔총회가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 의결했다.
6.25남침전쟁 당시 참전국은 유엔군으로 파병한 16개국과 장비, 물자, 의료를 지원한 나라까지 67개국이었다. 이 사실은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의 노력으로 2010년 9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파병 및 지원기록으로 등재됐다.
이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참전한 유엔군의 피해는 전사 3만 5737명, 부상 11만 5068명, 실종 1554명으로 총 15만 2359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유엔군 중 아이젠하워 대통령,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 밴플리트 8군사령관, 해리스 해병 1항공사단장 등 미군 고위장성들의 아들 142명이 참전했다. 그들 중 35명이 전사, 실종 혹은 부상을 당했다.([김희철의 전쟁사](37) ‘보훈의 달, 잊혀가는 영웅들과 지도자의 자세’ 참조)
현재 부산에 있는 재한유엔기념공원(UNMCK)에는 처음에 16개 파병국의 1만1000위가 봉안돼 있었으나 대부분 자국으로 송환되고 일부 유해만 남아 있다.
현재 이곳에는 영국 885명을 비롯, 터키 462명, 캐나다 378명, 호주 281명, 네델란드 117명, 프랑스 44명, 미국 36명, 뉴질랜드 34명, 남아공 11명 등 11개국 2311구의 유해가 안장돼 전쟁이 끝난 후까지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매년 11월11일 오전 11시가 되면 도시의 소음을 뚫고 싸이렌이 울리고, 6.25남침전쟁 참전국들은 시간을 맞추어 부산 방향으로 고개숙여 엄숙히 묵념을 드리는 추도 행사를 치룬다.
이 행사는 2007년 6·25남침전쟁에 참전했던 캐나다 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참전용사의 유해가 한국땅에 안장된 영령들을 추모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으로 열리는 너무나 뜻깊고 소중한 행사이다.
이 행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지만 정부가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로 격상시켜 2020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지구의 어느 곳에 있는 나라인지 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북한 공산당의 불법 남침으로 비롯된 6·25남침전쟁에 참전하여 홀연히 전사한 영령들을 위로 추모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란 이름의 행사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극동의 작은 나라 전쟁에 참전하여 희생된 고귀한 생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가가 얼마만큼 크고 비싼지를 깨닫게 하는 시금석이다.
■ 참전용사들은 한결같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부흥한 한국의 발전상에 감격
‘턴 투워드 부산’ 행사와 함께 기억해야 할 놀라운 사실은 6·25남침전쟁에 참전한 외국병사가 종전이 되어 본국으로 귀환해 여생을 보내다가 별세했어도 그 유해가 한국으로 되돌아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행사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프랑스인 ‘레몽 조셉 베나르 (Raymond Joseph Benard)’씨를 필두로 영국인 ‘로버트 맥코터’씨, 2016년 5월 12일 네덜란드인 ‘니콜라스 프란스 베설스’씨, 2016년 10월27일 프랑스인 ‘앙드레 벨라벨’씨, 2017년 9월27일 네덜란드인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 등이다.
또한 2015년 5월27일은 ‘유엔기념공원’의 역사에서 특별한 날이다.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인 이곳에 마련된 6·25남침전쟁 참전 미군 묘역을 찾아 처음으로 참배했기 때문이다.
2015년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는 앞서 언급한 영국의 참전용사 ‘로버트 맥코터’씨 유해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그는 1948년 17세의 나이에 입대해 1950년 8월~ 1952년 8월 한국에서 복무하고 제대 후 2001년 영국에서 사망했다.
맥코터씨는 생전에 기적적인 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고, 한국에 남겨진 전우들을 그리워하며 “같이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그가 사망한지 14년 만에 생전에 그리워했던 한국땅에서 영면하게 된 것이다.
맥코터씨의 아들이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부산을 향하여)’ 행사에 부친의 유해와 함께 방한하여 처음으로 안장식을 거행했다.
이와는 거꾸로 신원불상으로 유엔묘지에 안장됐다가 신원이 재확인돼 다시 고국으로 돌아간 영령도 있다. 미군 전사자였는데 1951년 4월 실종된 ‘윌리엄 비토 지오버니엘로’ 일병(사망 당시 23세)으로 확인돼 유해가 65년 만에 고향 뉴욕으로 돌아갔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에 따르면 ‘지오버니엘로’ 일병은 소속 부대인 미 25사단 35연대가 1951년 4월25일 철원 서부전선에서 중국과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후퇴하던 도중 실종됐다.
유골엔 65년간 ‘무명(Unknown) X-1219’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으나 신원 확인을 위한 재조사가 이뤄져 귀국하게 됐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외국에서 전사한 군인은 반드시 고국으로 모셔 안장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2017년 9월27일에는 네덜란드 참전용사 故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가 역시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6·25남침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참전용사가 사후 국내로 되돌아와서 안장된 것은 2015년 5월 프랑스인 ‘레몽 베나르’씨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이후 6번째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부흥한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감격스러워 했으며, 사후에는 전우가 묻혀있는 한국 땅에 묻히길 소망하며 유언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미재단’을 설립하여 한국 재건과 부흥을 위해 미국에서 한국을 돕는 공공과 민간의 끊임없는 지원과 원조를 했던 ‘한국 육군의 아버지’라 불린 밴플리트 장군과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하고 있는 ‘한국전쟁 고아의 아버지’ 위트컴 장군도 마찬가지이다.
휴전후 귀환한 본국에서 별세했어도 한국으로 되돌아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참전용사들을 포함해 밴플리트 장군과 위트컴 장군 모두 ‘한국인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한 벽안의 한국인’이었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