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대 정기예금 등장···저축은행들 ‘울며 금리 올리기’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저축은행 업계의 경쟁적인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진 결과다.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따라 저축은행의 ‘울며 금리 올리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68%로 집계됐다. 전달 같은 날(연 2.54%) 대비 0.14%포인트(p) 오른 수치이며 1년 전 같은 날(연 1.61%)보다는 1.07%p 상승했다.
가장 높은 건 HB저축은행으로 12개월 정기예금 상품 2개의 금리가 연 3.35%를 기록했다. 키움저축은행(연 3.20%)과 대한저축은행(연 3.12%), KB저축은행(연 3.10%) 등도 연 3%대 정기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대형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3% 돌파를 목전에 뒀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연 2.65%까지 올랐으며 OK저축은행은 연 2,85%, 웰컴저축은행은 연 2.70%를 각각 기록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금리 경쟁력 확보에 따른 자금 조달 목적이다.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 방법이 다양한 제1금융권과 달리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대부분의 자금을 수신(예·적금)으로 조달한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 업계가 고객 유치를 위한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 책정으로 고객을 유치한다. 저축은행이 금리 격차를 넓히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 역시 연 2%대를 기록 중이다.
올해 한국은행의 연쇄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연 3.5%대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인 홍보와 높은 금리 제공이 맞물릴 경우 저축은행 수신 잔액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증시 부진에 따라 투자처를 잃은 돈이 은행으로 몰리는 ‘역(逆) 머니 무브’ 현상도 저축은행 수신 잔액 증가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올 3월 말 기준 107조8595억원까지 늘었다. 불과 3개월 만에 수신 잔액이 7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들 입장에서 정기예금 금리 인상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울며 금리 올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지난해 7월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영향에 저축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졌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은 늘었는데, 대출로 걷어 들이는 이자는 줄고 있는 셈이다.
수신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는 내려가면서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 축소도 불가피하다. 지난 3월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는 6.74%p로 전월 말(7.01%p) 대비 0.27%p 줄었다.
여기에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인뱅)과 경쟁도 펼쳐야 한다. 최근 인뱅들은 자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한 대환(대출 갈아타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