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조원 시장 잡아라'...게임회사 '가상인간' 개발에 올인
[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650조원 대에 이르는 미래 첨단 먹거리 사업을 잡아라'
국내 게임회사들이 ‘가상 인간’ 개발에 발벗고 나서서 눈길을 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메타 휴먼’ 등으로도 불리는 가상인간은 최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중요성이 커지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가상인간이 우리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다. 게임이나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가 등장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바타와 가상인간에는 인공지능(AI) 탑재 여부라는 차이가 있다. 아바타는 이용자 개인이 투영한 외형과 행동으로 활약할 수 있지만 그래픽이 실제 인간보다는 만화에 가깝다. 이에 비해 가상인간은 3차원(3D) 게임 캐릭터와 유사하며 AI 기술을 탑재해 실제 인간처럼 행동한다.
게임업계는 가상인간 개발 전문 회사와 협업하거나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가상인간 신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게임회사는 메타버스 구현 능력과 AI 기술, 컴퓨터 그래픽 역량은 물론 캐릭터 스토리텔링에 일가견이 있어 사업 초반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회사는 단순히 게임 캐릭터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진출해 팬덤(지지자) 구축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넷마블의 ‘리나’는 유명 연예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으며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 가수 데뷔한 스마일게이트 '한유아'…넷마블·카겜은 계열사로 참여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 휴먼 시장 규모가 2020년 100억 달러(약 12조3000억원)에서 2030년 5275억8000만달러(약 650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기업 로커스의 자회사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만든 ‘로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로지는 12만6000명에 이르는 인스타그램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로지는 유명세에 힘입어 15개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약했으며 지난해 수익이 약 15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로지의 뒤를 이어 여러 가상인간이 게임업계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회사는 ‘로스트아크’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다. 스마일게이트는 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과 손잡고 가상 아티스트 ‘한유아’를 만들었다. 한유아는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 온 유'의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아티스트라는 성격에 걸맞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다.
한유아는 지난 2월 국내 유명 기획사 YG케이플러스와 전속 계약을 맺어 4월 음원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 아이웨어 브랜드 ‘라피스 센시블레’ 모델로 발탁됐다.
넷마블은 손자회사를 통해 가상인간 사업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F&C는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지분 100%를 출자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올해 안으로 4인조 가상인간 걸그룹을 선보일 계획이다.
가상인간 걸그룹 멤버 중 하나인 ‘리나’는 지난 1월 진행된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 행사에서 베일을 벗었다.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리나는 영화배우 송강호· 가수 비 소속사 써브라임에 스카우트 돼 전속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NTP 행사 당시 "가상인간을 다양한 콘텐츠에 적극 활용해 궁극적으로 메타휴먼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도 계열사 넵튠을 통해 가상인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넵튠은 지난 2020년 11월 가상인간 '수아'를 제작한 온마인드에 15억원 규모 지분을 투자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수아는 유니티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돼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온마인드는 수아 경쟁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 11월 SK스퀘어로부터 8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수아는 여성패션 플랫폼 '니코'를 운영하는 아보카도와 손잡고 컬러렌즈 브랜드 '오트르'를 출시하는 등 인플루언서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 엔씨소프트·크래프톤도 가상인간 신사업 박차
크래프톤은 올해 2월 직접 만든 가상인간의 데모 영상을 공개했다. 가상인간은 크래프톤이 구현할 가상세계 '인터랙티브 버추얼 월드'에서 이용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궁극적으로는 게임 캐릭터뿐 아니라 가상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게 된다.
크래프톤은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 게임 홍보와 가상인간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크리에이티브 본부'로 격상했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올해 4월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를 영입해 가상인간 제작 의지를 불태웠다. 이 CRO는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가상인간 기술이 엔씨의 미래 비전이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CRO는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기 위해 딥러닝, 물리 시뮬레이션, 컴퓨터 비전, 음성 합성, 음성인식, 챗봇 등 다양한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적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고도화한 가상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엔씨에서 만드는 모든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즉각적인 교감이 가능한 실제 인간과 달리 한정된 활동만 가능한 가상인간의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표정이나 몸짓이 어색한 부분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는 가상인간이 벌어들이는 활동 수익보다는 향후 추진될 신사업과의 연결성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상인간도 게임 지식재산권(IP)과 같은 개념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상인간의 생김새와 동작 등이 정교해지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