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지난해 전례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거의 반 토막 난 실적 성적표에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증시 불황에 투자자들이 떠나가면서 불가항력의 하락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호황기에 지나치게 취해 불황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위권의 국내 증권사들 중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기업은 메리츠증권 단 한 곳뿐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분기 28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으며, 해당 기간 국내 증권사들 중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2745억원)과 미래에셋증권(1971억원), 삼성증권(1518억원), 키움증권(1411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최소 21%대에서 최고 47%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실적 하락은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각종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에 증시 변동성 확대와 신용융자 이자 부담, 수신금리 인상 등 여타 증권사에는 좋지 않은 상황만 벌어지고 있어서다.
증시 부진에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세도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4일 65조4623억원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2일 기준 60조3247억원으로 석 달 만에 5조원이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나치게 낮췄던 금리가 인제 와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덮치면서 증권사 처지에서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 특수’로 지나치게 부풀어 올랐던 지난해 증시에 비교하자니 올해 받은 성적표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고객들이 현금을 들고 찾아올 때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인책이 오로지 증시 호황뿐이었다는 점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같은 금리 인상 기조에서는 다들 은행을 찾아가지 증권사를 찾아가지는 않는다”며 “증권사에도 CMA 같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있는데, 준비를 조금 일찍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현재 CMA 상품들은 높아 봐야 1.5% 수준이라는 것인데, 최근 계속해서 금리가 올라가는 예·적금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코스피지수가 3000에 있을 때부터 미리 준비를 했어야 했고,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기존 금리를 그대로 활용했을 뿐 금리 혜택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지수가 500포인트 빠지면서 증시가 다시 호황기가 오기 전까지는 자금이 유입되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최근 ‘주식’은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는 ‘재테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상장법인을 소유했던 인구수는 1000만명을 넘겼고,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인구 10분의 1 이상이 들고 있는 ‘국민 주식’이 됐다.
이제 ‘증권거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PC든 스마트폰이든 어떤 방식을 활용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 그 이상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른 타개책을 찾아 자기점검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