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가 우수 인력들이 정년 이후에도 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시니어트랙’을 이달부터 도입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에서 이러한 인사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처럼 최첨단 업종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기자가 시니어트랙 현황을 취재할 당시 한 경영학자는 최근 중국이 한국의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한국도 과거 일본의 우수 인력을 확보해 노하우를 전수받아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전문 인력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심대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사업을 이끌어갈 필수 전문 인력이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은 대학들과 손잡고 학비 지원, 취업 보장 등 전폭적인 지지를 쏟아부으며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반도체 고급인력이 양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에서도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반도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노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의 의지가 ‘말뿐인 약속’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한 경제신문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민관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 인력 양성사업’ 사업비를 애초 계획된 예산 3500억원의 60% 수준인 2100억원으로 줄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우선 이 사업은 산업부와 반도체 업계, 학계가 함께 추진하는 것으로 오는 2033년까지 10년간 예산을 들여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 3500명을 배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비 절반은 기업에서, 나머지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삭감하는 모습에 관련 기업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반도체는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다. 지속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 경제 다방면에서 상황이 이미 벌어진 후에 수습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피해가 막중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해 왔다.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기업 목소리를 외면하고 인재 육성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나눠 지자는 기업의 손을 내치고 먼 훗날 반도체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했을 때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다.
부디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