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릴레이 인터뷰(1)]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 통과되면 간호조무사 법 제정 투쟁할 것”

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5.10 06:58 ㅣ 수정 : 2022.05.10 09:20

"간호사의 간호 독점 굳히는 ‘간호법’은 현장과 동떨어진 이익 집단을 위한 입법"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 시급, 의료 현장 굳은 일 사명감으로 버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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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을 두고 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권 및 대한간호사협회는 간호사 처우 개선 및 의료 서비스 선진화를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의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으로 다양한 직업군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단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 카드도 꺼내들 태세라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투데이가 이처럼 간호법 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관련 이익단체 대표자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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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간호조무사라는 직업군이 생긴지 50년이 넘었지만 업무 환경과 처우 개선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에는 상당수의 전문 직업군이 있지만 간호조무사는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의료인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 간호 서비스를 간호사만의 독점 영역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직업군이 간호조무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환자가 가장 먼저 찾는 동네 병원에선 간호조무사가 서비스 제공 / 곽지연 회장,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활동 영역 막는는 것에 집중돼 있어" 

 

간호조무사는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에서 흔히 ‘간호사’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보건당국 기준으로 보면 그들은 간호조무사 라이선스를 갖고 있어 간호사라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 

 

물론 간호사로 부르는 게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다. 그만큼 간호조무사들이 일하는 1차 의료기관은 환자들이 아프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만일 간호조무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느냐에 따라 의료 소비자들이 접하게 되는 간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된다. 

 

9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뉴스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했는데 서열과 라이선스로 구분되는 곳이기 때문에 기계처럼 일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 간호인으로 큰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간호인으로서의 큰 전환점을 가져다 준 것은 동네의원(1차 의료기관)으로 옮기고 나서다”라고 말했다. 

 

동네의원은 의료 소비자들이 유년시절부터 진료를 받기 시작해 성인이 돼서도 찾는 의료기관이다. 또 결혼 후 자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다녔던 동네의원으로 가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동네의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간호조무사는 환자 개개인의 병력을 비롯해 건강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사와 개인사도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것이 곽 회장이 3차 의료기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또 동네의원의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 운영에도 참여가 가능하다. 환자 관리부터 시작해 노무, 세무, 보건소 협조 업무 등 다양한 분야를 원장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갈 수 있다. 

 

곽 회장은 3차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로 12년 근무한 후 1차 의료기관으로 옮겼다. 이후 간호조무사 일과 협회 임원직을 겸임해 왔다. 

 

곽 회장은 보건 관련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만 동네의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호조무사다. 아마도 곽 회장은 회장 임기 종료 후 현업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간호조무사 직업에 대한 의식이 투절하다. 

 

곽 회장은 “우리가(간호조무사) 간호사 단독법으로 불리는 지금의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호조무사가 의료기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방면의 길을 막기 때문”이라면서 “간호를 간호사만 해야 한다면 과연 간호조무사들이 동네의원과 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재직할 수 있을지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간호법 통과되면, 간호사 지도없는 간호조무사의 간호행위는 불법으로 전락해 / 곽지연 회장,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 의무 고용 때문에 간호조무사들은 해고 수순을 밟게 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간호조무사 약 60%가 1차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차 의료기관 간호인력 87%가 간호조무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의료법에는 1차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 업무를 볼 수 있다고 돼 있다. 

 

만일 간호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간호는 간호사만의 영역이기 때문에 간호조무사는 이 업무에서 배제된다. 간호사가 지도하지 않으면 간호조무사의 간호 행위는 불법이 된다. 

 

간호법은 특별법으로 의료법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법률 상 우선 적용된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최근 간호법 제정을 놓고 특별법 지위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게 논의 되고 있어서 1차 의료기관에서의 간호조무사들의 간호 업무는 현행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곽지연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간호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당장 타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처럼 간호조무사가 근무해야 하는 시설의 경우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 의무 고용이 이유로 해고 수순을 밟게 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법 통과로 장기요양시설 등과 같은 곳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해임되고 간호사 채용이 이루어지게 되면 의료기관으로서 중요도가 더 높은 1차 의료기관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간호의 영역을 간호사로 지정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1차 의료기관도 간호조무사의 해고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간호 서비스 향상은 간호사만의 몫? / 곽지연 회장, "요양원의 대변 기저귀 갈아주는 사람은 간호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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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4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간호사단독법’이 통과될 경우 보건의료현장 간호조무사의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정치권 및 대한간호사협회가 간호법 통과를 밀어 붙이는 것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간호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다. 즉 간호법은 간호사의 지도 없이는 간호조무사의 간호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것을 전제로 한 법안이다.

 

물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부적으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보조 업무를 한다는 내용의 조문은 삭제될 것이라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곽지연 회장은 “간호 서비스의 질이라는 것을 평가할 때 험지에서도 얼마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로 본다면 노인 요양시설을 봐도 괜찮을 것 같다”면서 “남녀(노인)를 가리지 않고 대변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강도 높은 간호 업무를 간호조무사들이 하고 있는데 간호사는 이 현장에 없으면서 간호 서비스의 질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등학교’ ‘간호학원’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야 된다고 현행법에 명시돼 있다. 만일 박사 학위 소지자가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간호 학원에 등록해 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또 간호조무사 중 간호사가 되려면 수능시험을 다시 응시한  후 간호대학교 1학년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와 다르게 미용사나 조리사 등은 사설 학원과 특성화 고교 졸업자 등 상관없이 모두 관련 국가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만 간호학원과 실업계 특성화 고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만 응시자격이 부여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대학교가 간호조무과를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했어도 바로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게 현행 법 체계다. 이 문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012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곽지연 회장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간호조무사 돼서 결혼해 평생 동네의원에서 일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식이 아직도 잔존한다”면서 “여고생도 졸업 후 간호학원 다녀서 간호조무사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이 전문대라는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받는 자로 정해지면 이 같은 인식들은 달라질 것”이라면서 “간호조무사의 간호 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 각 개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곽 회장, "간호사 단독법은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 약화시키고 요양기관 일자리 위협"

 

국내 의료기관에서 의료 행위는 라이선스에 의해 움직인다. 의사도 전문의 면허를 갖고 허용된 범위 내에서 진료가 가능하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간호사의 경우 의사 직업군을 빼고 상당수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법이 통과되면 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의 특수 의료 직군도 간호사가 소정의 교육만 이수하면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 간호를 간호사 고유의 영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의료계의 다양한 직업군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은 사실상 ‘간호사단독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정될 경우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악화시키고 장기요양기관 근무 인력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간호법이 간호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간호 인력인 간호조무사에게 피해를 주는 게 과연 정당한 법인지는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보건인력지원법이 2020년 말 시행돼 의료인들의 처우 개선엔 다소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간호조무사의 처우 개선에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간호조무사 10명 중 6명은 최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명 중 3명이 경력 10년 차이지만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또 2명 중 1명은 휴게시설이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의 인건비가 ‘관리료’로 건강보험수가(酬價)에 포함돼 있다. 간호사들의 ‘간호관리료’처럼 독립적 수가로 보장된다면 간호조무사의 임금 보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 임금 인상을 위해 새로운 수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며 “기존에 있는 것을 분리해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재정과 개원의에게도 크게 부담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는 1차 의료기관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이 많다. 이곳의 간호조무사들은 연차 휴가도 보장 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올해를 ‘간호조무사 노동존중의 해’로 선정했다. 

 

곽 회장은 “간호조무사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려고 그동안 수많은 분들이 노력해 왔는데 나 또한 그 노력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현장에서 간호조무사가 더 필요로 한 상황인 마당에 간호법이 발목을 잡고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사의 정신으로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간호조무사를 위한 법 제정을 하는데 모든 걸 쏟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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