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이 쏘아올린 공···책임론 전방위 확산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5.06 07:24 ㅣ 수정 : 2022.05.06 11:14

우리은행 600억원대 횡령 사건 후폭풍
조사 결과 따라 우리은행 책임 불가피
일각선 회계법인·금감원 책임론 제기
정치권은 새 정부의 금융위 해체 거론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부담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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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은행 본점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한 책임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은행은 물론 외부 회계법인과 금융감독원의 감시 체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에선 금융 정책 총괄 기관인 금융위원회 해체까지 거론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은행은 사고 수습·책임에서 나아가 고객 신뢰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른 시중은행 역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우리은행 횡령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6일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던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회사 자금 약 614억원을 횡령했다. 이 자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할 계약 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A씨는 2012년과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자금을 인출했다. 반환 시점 도래로 우리은행이 예치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횡령 사실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경찰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이날 밤 A씨가 스스로 자수했다. A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A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7년 가까이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잠시 지점으로 발령난 뒤 2019년 다시 기업개선부로 돌아와 지난달까지 근무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씨는 전문성 있는 직원으로 알려졌고, 행 내에서 평판도 좋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이 생명인 은행, 그것도 제1금융권인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개인의 일탈 여부 넘어 10년 동안 횡령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은행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은행 내부통제에 사실상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현재 경찰과 금융당국 등에서 진행 중인 조사 결과에 따라 당시 책임자를 비롯한 임원·은행장들에 대한 제재가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우리은행 감사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과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까지 번지고 있다. 금감원은 횡령 기간 우리은행 회계감사를 진행했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착수했다. 감사 때 시재(보유 현금) 존재 여부 등을 살피지 못한 이유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독’ 기관이 업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올 1월 우리금융에 대한 종합검사에 나섰지만, 횡령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A씨의 횡령 기간 금감원이 진행한 우리은행 검사는 11번에 달한다. 

 

금감원의 ‘상시 감시’ 체계에 문제점이 드러난 가운데 감사원은 이달 중 금감원 본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권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 시스템을 집중 파헤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감원)를 합쳐 출범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새 정부는 금융위를 해체해 정책 기능은 기재부로,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이관시켜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 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우리은행은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자체 조사도 병행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횡령에 따른 손실 예상 금액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후 충당금을 쌓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은행은 손실액보다 금융사의 생명인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역시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고 키워줘야 하는 은행원이다.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우리은행 횡령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이번 일로 당국의 검사 체계나 규제 등에 대한 변화가 있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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