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의 문화관광, 새로운 여정의 시작 (5)] 라스베이거스가 선택한 BTS, 팬데믹 이후 관광도시의 방향을 읽다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2.04.22 00:30 ㅣ 수정 : 2022.04.22 00:30

[기사요약]
BTS의 라스베이거스 공연, 관광산업의 부활 알리는 신호탄
게이밍(Gaming) 위주에서 탈피, 엔터테인먼트를 주력사업으로 안착시키려는 빅 픽쳐
’신한류로 이끄는 문화경제‘, 30년 한류 정책의 실체 없는 구호에서 벗어나야
기업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 제거해 주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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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광기구(UNWTO)의 자료에 의하면 1950년대 휴가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전 세계에서 2∼3만 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 세계 여행객은 5만배 이상 증가한 15억명을 돌파했다. 우리도 1978년 100만명의 외래관광객 방문 이후 2019년 1700만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40년 만에 17배에 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로 2021년 관광객수는 1978년 이전인 10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경제발전과 안전한 사회망 구축, 전세계적인 한류 문화열풍으로 높아진 국격이 그간의 관광산업을 이끈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2019년 가장 선전했던 관광경쟁력도 세계 16위로 경제발전 수준에 못미치고, 2020년 GDP 대비 관광산업 기여도는 세계 200개국의 평균인 10.4%에는 훨씬 못 미치는 2.8%를 차지하며 제조업 대비 서비스산업의 취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향후 팬데믹 종식 이후 외래관광객 2천만, 3천만을 맞이할 수 있는 문화관광 대국의 새로운 여정 지도를 준비할 때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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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Lord Web, wlord.org]

 

[뉴스투데이=우경진 수원대 교수] BTS의 "Permission to Dance" 투어가 라스베이거스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사막 도시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2020년에 새로 개관한 20억달러짜리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방탄은 4회 공연에 2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도시를 꿈꾸게 했다.

 

이 영리하면서도 화려하고 어느 시대에도 대중의 욕망을 정확히 간파하던 사막의 도시는 하루아침에 세워진 마천루가 아니다.

 

이런 도시가 선택한 BTS 공연에 시청 건물, 방송국, 세계 3대 분수쇼 중 하나인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도 그들의 히트곡에 맞춰 보랏빛 리듬에 출렁였다.

 

도시 전체를 마치 BTS 테마파크처럼 단장한 이번 공연의 관람객 숫자는 글로벌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가 코로나 이전인 좋은 시절에 기록한 방문객과 비슷한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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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igHit Music]

 


• “BTS, 라스베이거스를 점령하다” - 미국 ABC 뉴스, Fox 뉴스의 도발적 헤드라인 

 

"세계 어떤 유명인사도 한국 BTS만큼 라스베이거스에서 대접받은 전례가 없다", "60년전 비틀즈의 침공처럼 K-pop 침공의 중심에 BTS가 있다"는 미국 주류 언론의 설명처럼 ‘더 시티’라는 프로젝트 이름에 걸맞게 도시 전체의 환대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도시의 공식 트위터 계정도 '보라해가스(borahaegas)'로 바꾸고 보라색 네온사인으로 거리를 물들이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세계 최대 여행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도 라스베이거스의 애칭인 ‘Sin city’를 방탄 멤버 진의 이름을 딴 ‘Jin city’로 변경하며 응원했다.

 

이번 BTS의 공연은 기획사 하이브가 팬데믹 와중에도 성공한 LA 공연을 관람한 MGM 호텔 그룹의 최고경영진이 도시와의 협업을 제안하며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1월말과 12월초, 4회에 걸쳐 펼쳐진 LA 공연에서도 21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오프라인, 유튜브 시어터와 온라인 스트리밍을 포함해 최고 공연 매출을 달성했고 그에 힘입어, 하이브는 지난해 가요계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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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가 BTS 콘서트를 위해 '보라해가스'로 변신했다. [출처=theanxioustravelers.com]

 


• 호텔·관광,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다

 

Sin city, 환락의 도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도시 건설 초기부터 범죄와의 연루설이 있었고, 오래도록 위험한 도시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도시의 발전에는 불법에서 양지로 끌어올린 당시 미국 최대 부자였던 하워드 휴즈(Howard Hughes), 도시를 도박 중심에서 토털 엔터테인먼트의 개념으로 진화시킨 스티브 윈(Steve Wynn), 1969년 엘비스 쇼를 도시에 유치한 전설적인 투자자 커크 커코리언(Kirk Kerkorian)이 있었다.

 

엘비스는 훗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베가스 엘비스’의 뮤지컬을 통해 흰색 점퍼 재킷을 들썩이며 50명의 뮤지션과 오케스트라와 성가대를 동원한 메가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이것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단순한 쇼 산업이 미끼 상품이 아닌 주력상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커코리언이 엘비스 쇼를 론칭하고 막대한 돈을 벌어 MGM리조트를 세우고 이후 확장된 그랜드 가든 아레나 시설은 대규모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규모로 관광도시의 사업 다각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Mandalay Bay, Venetian 및 Paris Las Vegas를 개장한 1999년에 이르러 게임부분 매출이 처음으로 베이거스 총 수익의 50% 미만으로 떨어졌고, 레스토랑, 바, 나이트클럽, 쇼, 라이브 음악 사업이 포함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 자리를 메꾸었다.

 

2000년 이후 Wynn, Palazzo 및 Encore 호텔이 차별화된 공간과 컨셉으로 도시의 다양성에 일조했지만, 대규모 자본으로 변신한 마카오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의 급부상으로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객 규모나 컨벤션 참가자 수, 객실 단가 등에서도 정체된 시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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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leashvegas.com]

 

코로나로 전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이 위축된 이후, 가장 먼저 회복의 신호를 알리는 곳이 라스베이거스가 된 계기에는 MGM리조트가 몬테카를로 호텔을 ParkMGM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레스토랑과 먹거리 스트릿, 강렬한 테마의 부티크 호텔 개관, 레이디 가가와 에어로 스미스와 같은 대형 연예인의 상설 쇼를 위한 파크 극장 신설, 여기에 T-Mobile Arena와 BTS가 공연한 얼리전트 스타디움까지 도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주력화하려는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 BTS 가치를 알아본 도시, 우리는 어떠한 지원이 이루어졌는가?

 

필자가 UNLV(University of Nevada-Las Vegas)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당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뷰로(convention bureau)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주정부, 관광청과 커뮤니티 지원부서 등 유관기관들이 합심하여 호텔과 카지노 업체에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을 보면서 놀란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 방탄의 공연을 유튜브로 보면서도, 산업계와 주정부, 관광관련 협의체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도시전체를 BTS 테마파크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을 것이라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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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공연을 보기위해 스타디움에 운집해 있는 아미들 [출처=otakukart.com]

 

30년전부터 이미 잔잔한 물결이 출렁인 K-Wave에 대해 정부는 ‘신한류로 이끄는 문화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다양한 콘텐츠개발과 지원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 오래이다.

 

아직도 한류로 인한 수출과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분석에만 치중하고 있는 건지, 상품생산시대를 지나 문화생산시대에 걸맞은 전략과 지원은 이루어지는지, 홍콩 느와르, 인도 발리우드의 짧은 성공 사이클을 통해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한 기업이 중·단기적인 플랜을 짤 수 있도록 군대 문제의 결말이라도 언제 알려줄 것인지에 대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대응책은 마련 중인지, 라스베이거스의 보랏빛 물결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답답해지는 것은 전세계 아미(Army)들 만의 소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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