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인 은행, 디지털 기술 앞세워 ‘편의점·슈퍼’ 진출

최병춘 기자 입력 : 2022.04.18 07:36 ㅣ 수정 : 2022.04.18 07:36

신한은행·GS25 ‘편의점 은행’이어 GS더프레시 ‘슈퍼마켓 은행’ 선보여
국민은행-이마트 협업, 하나은행-CU 협업 등 은행업계 전반 확산
점포 줄이는 은행, 비용 절감과 신규 고객 모집 등 영업망 확보
금융소외 우려 보완 목적, 디지털 취약계층 불편 해소는 미지수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GS더프레시 디지털 혁신 점포[사진=GS리테일]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시중은행들이 앞다투어 비대면 디지털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편의점·슈퍼마켓 은행’을 선보이고 있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영업점을 줄여나가고 있는 시중은행이 영업망 확보 대안으로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유통채널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GS리테일과 손잡고 슈퍼마켓 혁신점포를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내에 연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해당 점포 안에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를 설치한다. 고객은 디지털데스크로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대출, 펀드, 신탁, 퇴직연금 등 영업점 창구 대부분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스마트 키오스크로는 신규예금 등의 간단한 창구 업무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로봇 컨시어지가 고객을 맞이해 직접 안내를 하거나 QR코드를 통해 이벤트 공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AI(인공지능) 은행원은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 키오스크에 접속한 고객들이 필요한 업무를 확인하고 간단한 업무도 처리한다.

 

디지털데스크를 통한 화상상담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스마트 키오스크는 24시간, 365일 이용이 가능하다.

 

이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 있는 GS25가 선보인 ‘편의점 은행’에 이은 두 번째 혁신점포 모델이다. 편의점 은행도 저녁 8시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처럼 마트와 편의점 같은 유통채널 등과 결합한 점포를 ‘혁신점포’로 이름 붙이고 올해 2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편의점·슈퍼까지 진출한 은행 점포

 

앞서 하나은행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잡고 지난해 9월 ‘CU X 하나은행 금융 특화 편의점’을 선보였다. 이곳에는 종합금융 기기인 에스티엠(STM)이 설치돼, 은행 상담원과 상담 연결을 통해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OTP) 발급 등 50여 가지의 은행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KB국민은행도 이마트와 ‘디지털 편의점 점포’ 개설을 추진한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내 ‘KB디지털뱅크NB강남터미널점’을 오픈키로 했다.

 

‘KB디지털뱅크’는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역 내에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NB) 강남터미널점에 신설될 예정이다. 이곳 또한 STM·화상상담 전용창구를 활용해 입출금 통장 개설 등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조성된다. 

 

지방은행에서 움직임도 활발하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11일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금융채널 혁신 및 리테일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편의점과 은행의 경계를 허문 퓨전형 특화채널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은행 안에 편의점, 편의점 안에 은행이 공존하는 협업 매장을 상반기 내 오픈을 목표로 추진한다. 

 

이 같은 공존 점포 모델 확산은 은행업계가 인력·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불거진 고객 이탈 등 부작용을 만회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은행으로서는 디지털전환 확산 흐름과 맞물려 무인화 기술을 앞세워 기존 단일 점포에 비해 적은 비용을 드려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다. 

 

image
하나은행이 편의점 씨유(CU)와 협업해 서울 송파구에 오픈한'CU X 하나은행 금융 특화 편의점'[사진=CU]

 

■‘비용절감·고객 창출’ 두 마리 토끼 잡나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비용과 효율성 등을 이유로 점포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점포는 3079개로 1년 전보다 224개 감소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1000개 이상 사라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ATM은 1만8357개로 전년 말(1만9539개) 대비 1082개 감소했다. 

 

유통업계와의 점포 공유 모델은 시중은행의 고민거리인 영업망 축소에 따른 신규 고객 확보의 어려움과 금융소외계층 문제에 대한 대안인 셈이다. 

 

은행들도 고객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통업체와의 협업 점포 모델이 고객 외연 확대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뛰어난 접근성을 강점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GS리테일의 슈퍼마켓에 디지털 혁신 공간을 구현함에 따라 은행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고객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험단계인 만큼 무인화 기술의 안전성 등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기존 점포의 대신한다지만 STM,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인 만큼 상대적으로 창구 업무에 익숙한 고령층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은행업계는 혁신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역 상황을 고려한 대안 점포 운영으로 고객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해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금융소외계층 문제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은행들은 다양한 업종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영업점 운영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