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2.04.15 09:10 ㅣ 수정 : 2022.04.15 09:10
2019년 1087명서 지난해 954명…올해 ‘1031명’ 근무환경 ‘고되다’…유튜브 등 채널도 활성화 최근 OCIO 시장 활성화 등은 ‘긍정적’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가에서 선망받는 직업 중 하나인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연봉과 더불어 전문성을 인정받던 직종이던 애널리스트는 왜 떠나는 걸까.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의 수는 지난 2019년 1087명에서 2020년에는 1071명, 지난해에는 954명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기준으로는 1031명으로 약간 증가했으나, 여전히 지난 2020년보다는 적은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증권가를 이탈하는 것을 두고 △선택지 다양화 △근무환경 △주식 거래 제한 등의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는 것인데, 최근 1인 미디어 등 뉴미디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식 투자 전문가들이 증권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곳에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삼프로TV 같은 채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게다가 스타트업과 핀테크 시장도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기업을 분석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핀테크 시장의 경우 금융투자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우도 많아지다 보니, 애널리스트가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또 신생 기업보다 기존 증권사의 근무환경이 비교적 가혹한 점도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서학 개미나 중학 개미 등 해외 투자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레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해야 하는 반경이 넓어지는데, 동료 애널리스트들의 수는 줄고 있어서다.
익명의 한 애널리스트는 “다른 직업에 비해 연봉이 적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업무 강도도 그만큼 힘든 편”이라며 “좋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업무 강도를 올려야 하고, 업무 강도를 낮추면 그만큼 보고서의 질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점도 애널리스트들의 이직 러시에 일조한다. 투자자들이 앞서 말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애널리스트들이 있는 리서치센터가 거의 유일하게 공신력 있는 투자 정보 제공처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만 들어가면 투자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 종사자들의 자체적인 주식 투자에 제약이 걸리는 점도 불만 사항 중 하나다. 증권사별로 상이하지만, 대체로 자기 연봉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거나 정해진 기간에 일정 횟수만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등의 제한이 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제약은 필요하다는 것은 공통적인 담론이다. 고객의 매매를 실행하기 전에 자신이 주식을 매수해 가격을 올리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제도는 조금 과중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막말로 아무거나 사면 오르는 장에서 ‘친구들은 투자로 얼마를 벌었다’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막상 애널리스트 본인은 투자를 못 하니 답답했을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지난 2020년부터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퇴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애널리스트의 인식에 대해 ‘지금이 저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외부위탁운용관리(OCIO)가 주목 받는 등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최근 IT에 대한 수요가 늘어 그쪽으로 인력이 잠시 쏠렸던 것처럼, 애널리스트라는 직종도 주목받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증시 호황기가 지나면서 시장 분석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를 찾는 곳도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필요성을 느낀다면 향후 연봉을 올려주든지 할 것이다"며 "만약에 수요가 없으면 이 시장 자체가 아예 없어지든지 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주식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한 때 그 주식 시장의 꽃으로 불렸으나, 최근 그 위상이 시들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꽃 중의 꽃'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장에는 새로운 애널리스트들이 들어오고 있고, 그들의 보고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꽃밭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저점을 찍고 반등해 꽃이 만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