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돌아오는 모토로라...‘갤럭시 공화국’서 '찻잔속 태풍' 되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한때 시대를 풍미한 추억의 피처폰 ‘모토로라’의 한국 시장 복귀설이 들려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이라면 모두 기억할 핑크·라임 등 형형색색, 청바지 뒷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슬림한 디자인, 휴대전화를 펴고 접을 때 나는 특유의 ‘딸깍’ 소리가 인상적인 레이저(RAZR)폰을 만든 업체가 바로 미국 모토로라다.
피처폰 시절에는 다양한 기업에서 짧은 주기로 신형 제품을 시장에 내놓다 보니 몇 달만 지나도 구형 취급을 받곤 했다. 그러나 모토로라 레이저폰은 달랐다. 전 세계에서 2억대 가량 판매된 이 제품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생산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인기는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세대교체되는 격동기에 모토로라 아성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초창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아이폰 등이 참전한 전장에서 모토로라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다.
한국 시장에서 사업 부진이 지속됐던 모토로라는 결국 2012년 한국 법인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선풍적인 인기가 무색하게도 씁쓸한 마지막을 맞이 한 모토로라가 10년 만에 이를 갈고 다시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다.
■ 10년 만에 귀환 모토로라, 보급형에 승부수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 5G 스마트폰은 케이블TV 업체 LG헬로비전의 알뜰폰(MVNO) 브랜드 '헬로모바일'을 통해 단독 출시될 예정이다. 출시 예정일은 4월 말 또는 5월 초이며 ‘모토 G50 5G’와 ‘엣지20라이트 5G’ 등 2종이다.
외국 업체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출시하려면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적합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두 제품은 모두 지난해 해당 인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토로라는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해 제품 소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페이지에는 최근 △모토로라 엣지20 퓨전 △모토 G50 5G 두 모델을 내놨다.
모토로라 엣지20 퓨전은 6.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으며 최대 120Hz 화면 주사율을 제공한다. 또한 5000mAh 대용량 배터리가 설치됐다. 후면 카메라는 1억800만 화소가 메인이며 800만 화소 초광각 2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도 갖췄다. 전면 카메라는 3200만 화소다.
모토 G50 5G 스마트폰은 HD+급 해상도의 6.5인치 IPS(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으며 최대 9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한다. 배터리 용량은 모토로라 엣지20 퓨전과 같은 5000mAh다. 후면 카메라는 4800만 화소 메인이며 200만 화소 매크로, 200만 화소 심도 카메라가 탑재됐다. 전면에는 1300만 화소 카메라가 적용됐다.
이들 제품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판매된 제품으로 가격은 각각 50만원대, 30만원대다. 두 제품의 가격대와 스펙을 고려했을 때, 모토로라는 보급형 스마트폰에 승부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모토로라 제품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삼성전자 갤럭시 A 시리즈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 모토로라, 갤럭시·애플과의 피 튀기는 경쟁서 살아남을까
현재 모토로라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에 올라서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애플 58%, 삼성전자 22%, 모토로라 10%다. 현재 모토로라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본래 LG전자 몫이었다. 그러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 이를 모토로라가 가져왔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모토로라가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잘 알려졌다시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갤럭시를 주축으로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양강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85%를 차지했으며 애플은 12%로 2위에 머물고 있다.
한때 함께 경쟁을 펼치던 LG전자와 팬택도 끝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과연 모토로라가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중국 정보통신(IT)업체 레노버가 2014년 인수해 사실상 중국 브랜드가 된 모토로라에 대해 한국 시장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 시장에 이미 진출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 현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샤오미는 인도·스페인·폴란드·말레이시아 등에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에서는 2% 수준에 불과하다. 화웨이도 2014년 한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노려봤으나 2018년 이후 국내에서 신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직장인 이모(27)씨는 “피처폰 시절에 흰색, 검은색이 대부분이던 국산 제품과는 달리 모토로라는 눈에 띄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인기를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이미 외면받은 모토로라가 다시 돌아와 과거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 역시 구매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31)씨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애플의 아이폰도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비교해 그렇게 좋지 못한 매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모토로라가 과연 이를 깰 수 있을까 싶다”며 “매니아층이 두터웠던 미국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도 결국 사라진 걸 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해외 제품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풀이했다.
소비시장 전문가 역시 모토로라가 한국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아 아무리 중저가로 형성된 스마트폰일지라도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중국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 신뢰가 높지 않다"며 "모토로라 가격이 어느 정도일 지는 모르지만 디자인, 기능 등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이 충족되지 않으면 선택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스마트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과 기능 인지도는 오랜 기간 축적돼 모토로라가 단기간에 한국 소비자 눈에 들기란 어렵다”고 강조했다.
모토로라가 아니더라도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을 중심으로 형성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기업이 유입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때 프리미엄급 제품이냐, 중저가 제품이냐를 고민해 볼 수 있다"며 "프리미엄급은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절대적이다 보니 새로운 업체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삼성전자 폴더블처럼 새로 시작하는, 획기적인, 차별화된 무언가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저가폰 시장도 이미 몇몇 중국 기업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모토로라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도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찻잔 속 태풍(a tempest in a teapot)’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