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혁신 엔진 장착! (하)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2021년 9월, 독일 뮌헨에서는 IAA(Internationale Automobil- Ausstellung) 국제 모터쇼가 열렸다.
이 모터쇼는 125년의 역사를 갖고 있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전시회명과 장소를 바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었다.
미래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춰 열린 이 모터쇼에는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던 와중에도 전세계 95개국에서 40만명 이상이 운집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관람객의 약 70%가 40세 이하였다는 것이다.
때마침, BMW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조이토피아(JOYTOPIA)라는 자체 메타버스를 공개해 관람객들로부터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조이토피아는 BMW가 MZ세대를 타깃으로 구축한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메타버스였다.
관람객들은 조이토피아에서 BMW의 콘셉트카(Concept Car)를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밴드그룹 콜드플레이(Coldplay)의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아바타로 댄스를 즐기고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최근 메타버스를 활용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 메타버스 플랫폼은 콜라보 마케팅의 시험대
이러한 흐름에 앞서가고 있는 자동차기업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제페토(Zepeto), 로블록스(Roblox) 등 전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메이저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그중, 로블록스 내에 구축한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에서는 고객들이 현대자동차의 모빌리티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곳에서 아이오닉5 등 차량을 직접 운전해 볼 수 있고, UAM(도심항공교통),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로보틱스 등의 미래 모빌리티 체험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탐험, 미니 게임, 소셜 네트워크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MZ세대 소비자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가상 쇼룸(Virtual Show Room)을 통해 개인별로 맞춤 상담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가상 쇼룸이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어떤 차종이나 모델이든 맞춤화하여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우디는 VR 장치와 대형 디스플레이만을 배치한 가상 쇼룸을 전세계 1천곳 이상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차량의 외장, 색상, 실내 인테리어 등을 바꿔가며 즉석에서 경험하고 내근직원과 상담할 수 있다.
굳이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차량을 둘러볼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기아자동차는 ‘기아 Play AR’이라는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들은 이 앱을 구동만 하면 신차의 외관과 내부 디자인을 커스터마이징해 살펴보고 차량에 탑재된 첨단 기술까지 체험할 수 있다.
•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프로모션 이벤트는 이미 일반화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차의 판매촉진 수단으로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포드는 신형 SUV(에코스포츠 미니)를 출시한 후, 북미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증강현실 기반의 프로모션 앱을 론칭했다.
또한, 타깃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에게 익숙한 소셜미디어 스냅챗(Snapchat)과도 협력 마케팅을 진행했다.
고객들은 앱을 이용해 가상의 에코스포츠를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배치해 360도 고해상도로 차량의 외관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모델의 사진을 스냅챗에 올려 친구들과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프로모션을 통해 310만건의 홍보 노출과 86,000건의 SNS 공유가 일어나는 등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 달리는 차 안에서도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경험
얼마 전까지 승용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음악 감상이나 DMB, 동영상 시청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승용차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기업은 아우디다. 이 회사는 VR 기술과 도로 및 실시간 주행 정보를 활용해 승용차 뒷좌석에서 가상의 테마파크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탑승자가 주행하는 자동차 안에서 전용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도로와 자동차의 주행 속도에 따라 변화하는 디즈니의 캐릭터를 만나거나 그들과 함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VR 헤드셋을 통해 보는 가상의 영상이 도로 및 주행 정보와 동기화되어 차가 신호를 받아 정지하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주행 중 급커브를 돌면 캐릭터들도 그에 따라 급하게 움직인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의 수단에서 게임과 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제한된 지역에서 시속 60km 이하로 주행할 때만 작동하는 등 서비스의 한계는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일반도로에서도 실용화될 전망이다.
• 타산업에서도 자동차분야의 혁신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
지금까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설계·개발, 생산·운용,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의 다양한 혁신사례를 살펴보았다.
앞으로도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을 혁신하는 도구로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은 철강, 기계, 전기, 전자, 유리, 플라스틱 등 거의 모든 소재분야 산업과 연관된 종합산업으로, 과거부터 경영혁신의 원천이자 경영의 모범이었다.
따라서, 경영의 많은 베스트프랙티스가 자동차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혁신사례도 타산업에서 적극 벤치마킹해 경영 프로세스의 혁신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