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만? DSR도 같이?···윤석열 정부 ‘대출 규제 완화’ 딜레마
尹 당선인 LTV 80% 상향 공약 이행 준비
주택 가격 인정 비율 높여 규제 완화 기대
일각에선 DSR 안 풀면 효과 반감 지적도
급한 정책 손질, 가계부채 증가 유도 우려
전문가 “상환 능력 범위 대출 관행 정착해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출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건다. 그간 각종 규제로 높아진 대출 문턱을 낮춰 국민들의 주택 마련 지원에 나서겠단 의도다.
다만 일각에선 규제 완화 실효성과 급격한 금융 정책 변화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경제에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라도 상환 능력 중심의 대출 규제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인수위)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경제분과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으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며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해 과감하게 접근하고 발상의 전환을 이뤄달라”고 주문했다.
LTV는 차주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의 비율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당시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게 LTV 80%를 적용하고, 1주택자에겐 70%까지 LTV를 인정해 주겠다는 공약을 냈다. 현행 LTV는 규제 지역과 주택 보유 여부 등에 따라 40~60%로 차등 적용된다.
LTV 60% 적용을 예로 들었을 때, 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하면 대출 한도는 3억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차기 정부가 LTV 비율을 80%로 높여주면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늘어난다.
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가계부채 억제 등으로 가계대출을 조여왔다면, 윤 당선인은 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워주겠단 구상이다. 특히 LTV 상향은 윤 당선자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LTV 상향만으로는 대출 규제 완화 효과를 유도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LTV를 비롯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총량 제한 등 현재 펼치고 있는 대출 규제와의 조화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LTV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건 DSR이다. 현재 정부는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겠다며 DSR 2단계를 적용 중이다. 대출액 2억원을 넘을 경우 차주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 총액이 연소득의 40%를 넘기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오는 7월부턴 DSR 3단계 적용으로 대출액 기준이 1억원으로 낮아진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DSR은 소득 대비 대출 한도를 정하는 개념이다. 주택 가격 인정 비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소득 기준에 묶일 경우 대출액을 높일 수 없다. DSR 규제 손질 없이 LTV 상향만 추진할 경우 고소득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LTV를 80%까지 올리면 대출 한도 정량 자체가 늘어나는 건 맞지만 DSR까지 겹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상대적으로 상환 여력이 낮은 수요자들에게 DSR을 계속 적용하면 은행이 실행할 수 있는 대출액은 크게 변하지 않아 (규제 완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도 DSR 완화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대출액 기준을 4~5억원 수준으로 높이고, 상환 기간도 늘리는 등 다각도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급격한 DSR 규제 완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문턱을 낮춰 시중에 유동성이 풀릴 경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가계부채 증가를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원에 육박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한국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 속도, 부채의 질 악화 등을 고려하면 선제적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규제 효과로 꺾이고 있는 가계대출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DSR 규제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을 3~4%포인트(p)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신 센터장은 “기형적 형태로 운영돼 온 LTV는 주택 공급 속도에 맞춰 적정 수준으로 정상화해 실수요자의 주택 금융을 원활히 제공해야 한다”면서도 “차주별 DSR 규제를 통해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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