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최태원 회장, 올해 ‘전기차 충전기·반도체 설계’ 사업에 승부수

남지완 기자 입력 : 2022.04.04 05:00 ㅣ 수정 : 2022.04.04 05:00

SK(주), 지주사 출신 임원 SK시그넷 사내이사로 선임
SK시그넷, 미국 이어 유럽시장 공략에 발빠른 행보
SK하이닉스,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 검토
SK하이닉스 '메모리-낸드-모바일칩 설계' 3관왕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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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제공]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SK그룹이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인수와 반도체 설계사 지분 인수를 추진해 핵심 4차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최근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영국 반도체 칩 설계사 ARM 인수에 실패한 것을 교훈 삼아 SK그룹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가 다른 형태로 ARM 인수를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기존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유망 사업 먹거리'를 공략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62·사진)의 의중이 담긴 대목이다.

 

■ SK온 '배터리 최강자' 이어 '전기차 충전기 사업'까지 영토 넓혀

 

현재 전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 계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문업체 SK온이다.

 

SK온은 오는 2025년까지 연산 220GWh 규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 공략에 고삐를 쥐겠다는 경영전략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SK그룹 지주사 SK(주)도 신규 유망사업 확보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주)는 지난해 7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시그넷이브이(현 SK시그넷)' 지분 53.4%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올해 3월 14일 시그넷이브이 회사 간판을 ‘SK시그넷’으로 바꾸고 SK㈜ 출신 신정호 대표집행임원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대표직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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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 SK온 부스 중앙에 SK시그넷에 대한 설명이 전시됐다. [사진=남지완 기자]

 

이는 SK그룹이 올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올해 초 경영 목표를 하나둘씩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SK시그넷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500억원을 기반으로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시그넷이 2020년 미국 전기차 충전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A)로부터 150kW와 350kW 급 초급속충전기 물량을 수주했다"며 "당시 SK시그넷이 확보한 수주 물량은 약 1000기가 넘어 미국 공장이 준공되면 SK시그넷의 미국 현지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SK시그넷은 사명 변경 후 글로벌 종합상사 일본 마루베니(Marubeni)와 협력해 유럽시장도 공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유럽은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어 이에 따른 전기차 충전기 수요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시장 잠재력이 큰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SK시그넷은 앞으로 여러 기업과 신속하게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지난 3월 개최된 국내 최대규모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서 부스 중앙에 SK시그넷 역량을 전시했다"며 "SK시그넷이 향후 SK온과 협력해 앞으로 북미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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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작에 이어 모바일 칩 설계 역량까지 확보

 

SK그룹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판매에 힘입어 해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낸드 사업도 SK하이닉스 미래를 밝혀주는 '효자 부문'이다.

 

SK하이닉스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59·사진)은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 후 주주와의 대화에서 ARM을 인수하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며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ARM은 반도체 가운데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다. 메모리 사업과 낸드 사업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모바일 칩 설계 분야 역량까지 확보하면 전후무후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ARM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지난 2월 미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실패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국 정부는 ARM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듯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경쟁시장국(CM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독과점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글로벌 경쟁시장을 저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전략적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전략을 세웠다. 특정업체가 ARM을 인수하면 ARM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모바일 칩 설계 시장에서 횡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다른 기업과 손잡고 ARM 지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ARM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유일하다"며 "SK하이닉스는 서두르지 않고 물밑에서 전략적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배터리 충전기 사업과 ARM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성공해 SK그룹이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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