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제2금융권, ESG 외치면서 유리천장은 그대로…남성 독점 이사회 언제 사라지나

김태규 기자 입력 : 2022.04.01 10:06 ㅣ 수정 : 2022.04.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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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이번 보험·카드업계 등 제2금융권 정기 주주총회를 휩쓴 키워드는 '여성 사외이사'였다.

 

기존 여성 사외이사가 연임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곳도 있다. 

 

삼성화재는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한화손해보험은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발탁하며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삼성생명은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다른 보험사들도 기존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며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확보에 나섰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 바람은 카드업권 역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는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발탁하며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하나카드는 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보험·카드업계가 여성 사외이사 발탁에 나선 배경에는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성별 구성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개정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보험·카드사들도 선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나섰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확보해 다양한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과 달리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곳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 우리카드·KB국민카드·BC카드가 여성 사외이사는 물론 여성 임원조차 두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상장사가 아니거나 자산총액 기준에 미달해 개정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남성 단일 이사회 구성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ESG 경영을 내세우며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환경 캠페인과 지역사회 기부 등 ESG의 E(environment. 환경)와 S(social. 사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G(governance. 지배구조)에는 소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여성 이사 비중 증가는 이사회에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제공해 회사의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가 기업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의 획득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제고가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반면 제도적 강요로 여성 사외이사가 선임된다면 기업 성과에 중립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제도적 강요가 있기 전 선제적으로 여성 이사 확보에 나설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 집단이라고 평가되던 제2금융권에도 여성 사외이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단순히 제도에 의한 바람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해 여성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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