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에 속 타는 신한·KB…카드업계 지각변동 일어나나
카드업계, 중고차금융 시장 활성화 기대
"대기업 계열 카드사 편중될 것" 우려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카드업계가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다만 대기업 계열 카드사가 자동차금융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해 안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자동차판매업과 관련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종에 대해 '미지정'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들 완성차 기업들은 브랜드별 중고차 매매 플랫폼과 전국 주요 거점 대규모 전시장 마련 등으로 중고차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카드업계는 중고차금융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과거 10년간 연평균 1%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28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중고차 시장은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업인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고전하던 카드업계는 신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금융시장 규모를 키워 왔다.
기존 캐피탈업계가 주도하던 자동차 금융시장은 최근 카드업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신차의 경우 카드사의 금리가 캐피탈사보다 약 1%p낮고, 중고차의 경우 5%p 낮아 금리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우리)의 자동차 할부금융자산 규모는 9조7943억원이다. 카드사별로는 △신한 3조8919억원 △KB국민 3조4567억원 △우리 1조6076억원 △하나 3657억원 △삼성 3514억원 △롯데 1210억원이다.
카드업계 내 자동차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다. 신한카드의 자동차금융시장 점유율은 40%로 추산된다. 뒤이어 KB국민카드가 35%를 점유하고 있고, 우리카드 14%, 삼성카드 4=7%, 하나카드 3%, 롯데카드 1% 순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 계열 카드사가 저금리 할부와 캐시백 혜택 등을 내세워 약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그간 자동차금융 시장에 나서지 않았던 현대카드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 역시 롯데렌탈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신한·KB국민카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카드업계에서 자동차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는 파이를 뺏기지 않으려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가격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금리혜택 등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게 된다"면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대기업 계열 카드사는 할부 금리 등 혜택을 적용해 고객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중고차 시장에 많이 진출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대기업이 들어와서 중고차 금융시장이 활성화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대기업 계열 카드사에 편중된다면 카드업권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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