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재' 고용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상대로 막판 '예산 전투' 돌입?
바이든 행정부의 520억 달러 규모 '미국 경쟁법안' ,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이 목표
바이든이 지원하는 미국 기업 인텔, "미국인 세금 쓰는 예산사업에 외국 기업은 빼라" 요구
삼성전자, "자격 갖춘 외국기업에게도 차등 없이 인센티브 제공돼야" 주장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 중인 '미국 경쟁법안'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인텔을 상대로 한 막판 전투를 치르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520억 달러 규모의 연방자금을 지원하도록 명시한 이 법안의 수혜 대상이 쟁점이다. '예산을 따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인 채용'과 '미국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외국기업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TSMC는 미 상무부의 의견 요청에 대해 "본사 위치에 기초한 자의적인 편애와 특혜 대우는 보조금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반도체 기업 지원 법안을 심사 중인 가운데 미국 기업인 인텔을 의식해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TSMC는 미국이 기존 공급망을 중복해서 만들려 해선 안 되고, 혁신을 추동하기 위해 외국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이민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도 국적과 무관하게 자격을 갖춘 외국기업에게도 미국 기업과 차등 없이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한 운동장'에서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경쟁구도가 짜여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 기업인 인텔이 그동안 반도체 기업 지원 대상으로 외국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로비를 펴온데 대한 반박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미국 납세자의 돈이 들어가는 만큼 미국 기업에 이 인센티브가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기업이 아닌 삼성전자와 TSMC를 배제돼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기반을 개혁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와 TSMC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후 대량생산 시작을 목표로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건설 중이다. TSMC는 5㎚(나노미터) 반도체칩 생산을 위해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1, 2위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신규 생산시설을 미국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도 오하이오에 반도체칩 허브를 구축하고 애리조나에 2개의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지만 구체적 규모나 시기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이든의 반도체 구상에 도움이 되는 정도로 보면 삼성전자나 TSMC가 인텔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게 맞다.
따라서 미 의회도 인텔만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미 상원과 하원은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 예산을 담은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했지만 외국기업 배제 조항을 담지는 않았다.
다만 하지만 상·하원이 처리한 법안의 내용이 달라 일종의 병합 심사를 통해 최종 조율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인텔이 '외국기업 배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TSMC에게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인텔의 요구를 감안한 의견청취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최근 들어서는 '외국기업 배제' 발언을 삼가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보도이다.
미국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TSMC가 미 행정부의 예산지원에서 소외당할 경우 국제적 파문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런 갈등 상황으로 인해 '미국 경쟁법안'이 당초 일정과는 달리 5월말까지 확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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